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 신화에서 역사로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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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가끔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가 신데렐라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걸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근데 어느 책에선가 콩쥐팥쥐는 우리 나라 근대기에 일본에서 읽혀지던 서양 신데렐라 동화책을 개작해 만든거라는 이야기를 읽고 의문이 풀렸었다. 근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데 콩쥐팥쥐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도 하나의 설이라고 한다. 그냥 진짜는 어떤건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건 없다나....

이 책에서 그렇게 말하는건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약간 이러저러한 형태로 변형되어 존재하는게 19세기 후반에 콕스라는 여자가 모은것만 345종이란다.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이야기가 전세계에 퍼져 있는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사실 나 역시 궁금하다. 아무리 인간의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이 어찌 이리 많은걸까?

제1부 1장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페로판본과 그림형제 판본을 주로 분석하면서 동화와 민담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를 얘기한다. 민담이 인생의 여러가지 어려운 측면에 닥쳤을 때 그것을 어떻게 내적 성숙을 통하여 해결해나가는가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인 페로판본으로 가면 주인공의 내적 성숙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오로지 외부 - 즉 왕자의 구원에 의해 신분상승의 이야기로 전락해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극단에까지 간 것이 바로 디즈니의 신데렐라이다.  이 책 2부에 각종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는데 책과 함께 해당 이야기를 읽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데 페로 판본 뒤에는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의 교훈까지 담겨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주 귀한 보물

우리는 결코 거기에 물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한 것, 무한한 가치의 즐거움은

우리 모두 찬미하는 매력이다.......(매력? 무슨 매력? 성적 매력?)

근대로 올수록 여성이 더 수동적이어야 되고 그 수동성으로 말미암아야만 여성은 구원받을 수 있다. 그데 이런 개떡같은 철학이 오늘날에와서 디즈니에 의해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다니.... 그리고 거기에 어린 시절의 내가 열광했다니....

2부에 수록된 14개의 신데렐라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세번째 이탈리아의 고양이 신데렐라 였다. 이것은 유럽에서 문자로 기록된 신데렐라 이야기 가운데 가장 빠른 시기의 것이다. 17세기에 출판된 것인데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덜 검열되어 훨씬 자유로운 구술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흔히 지식층의 세련된 언어(?)가 덜묻었다고나 할까? 훨씬 솔직하고 담대한 표현들이 무척 재밌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남의 손에 구원을 맡기는 바보 신데렐라가 아니라 훨씬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간다. 물론 초반에 잘못된 선택으로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그리고 2부에는 세계 각지의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물론 그중에는 서양에서 전래된 얘기를 각색한게 아닐까 의심이 가는 것들도 있다지만....)

1부 2장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에 산재해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각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에 대한 해석에서는 저자 역시 지나치게 무리한 해석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민담이라도 각 지역의 사회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3장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천을 찾기 위해 신화의 세계로 들어선다.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이전의 농민들의 전통신앙을 ?아가는데 사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수천년간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민담이라는 것 자체가 그 원형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니 어차피 저자와 독자의 상상력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으랴... 저자의 말대로 결론을 내려는 생각보다는 신화와 민담의 공통되는 기반이 뭘까를 찾아나가는 상상의 즐거움을 누리자....신데렐라형 존재의 근원을 신석기 시대까지 올라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중간매개 기능을 하는 자로 상상할수도 있다는 것은 즐겁지 않을까?

책의 저자가 말하는걸 다 옳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러기에는 무리수가 많이 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민담의 그 풍부한 세계,- 더구나 내 어릴적 열광의 대상인 신데렐라가 아닌가 -를 이리저리 재보면서 책을 읽어나가동안이 참 즐거웠다. 그리고 부록인 2부의 세계의 신데렐라 이야기 역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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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3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9-0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 재밌게 읽었어요. 베트남판 콩쥐 이야기가 제일 끔찍하더군요. ^^;

바람돌이 2005-09-0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작업의 의미가 뭔가요. 무지하게 궁금해지는데 혹시 그쪽 관계 일을 하신다는 의미인가요? 궁금해요. 많이 많이요. ^^
판다님 맞아요. 특히 결말 부분이 끔찍하지요. 근데 중국이나 이 동아시아권 역사나 동화등을 보면 그런 대목이 시시때때로....에구 으시시....^^

아영엄마 2005-09-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도 있군요. 기회되면 한 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

바람돌이 2005-09-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아영엄마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