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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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 이후로 오랫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푸하하 웃었다. 이 책에 실려있는 8편 중 '백미러 사나이'와 '최순덕 성령 충만기'에서이다. 성석제 이후 다시 만나는 이야기꾼이다.

이기호 그에겐 소설가, 작가 이런 명칭보다는 이야기꾼이란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옛적 동네에 하나쯤은 있던 유난히 말을 맛나게 하는 이야기꾼, 같은 농담이라도 내가 하면 썰렁한데 그가 하면 배를 잡고 웃게 되는 그런 이야기꾼 말이다.

이 소설집은 독특하다. 각 이야기 마다 형식도 다 다르다. 보통의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그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형식을 찾아낸 것 같다. 첫 이야기 '버니'는 랩, 햄릿 포에버는 취조문의 형식, 최순덕 성령 충만기는 불경스럽게도(?) 성경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런 새로운 형식들을 통해 이야기의 재미에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그런 새로운 형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니다. 웃음속에 묻어나는 연민과 눈물이 이 신인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걸 알려준다. 진지하기 보다는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 시니컬함이 대책없고 못말리는 낭만주의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이 시니컬함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은 세상에 그저 세상이 이지경이다라고 툭 던져놓은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의 차기작은 어떤 모습을 띠고 내게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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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 보면서 많이 키득키득거렸지요..기대되는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바람돌이 2005-04-2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는데 비솝님도 한 몫 하셨죠.... 근데 도서관에서 빌려봐서리 땡스투랑은 상관이 없었지만.... 읽고 리뷰를 쓰는데 비숍님이랑 몇분들 땜이 기가 팍 죽어서리, 그리고 더할 말이 없는 것 같아 짧은 리뷰가 되고 말았답니다.

비로그인 2005-05-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런 '몫'을 했었다니.. 말만 들어도 리뷰 쓴 보람이 있네요^^;; 서로 리뷰 쓰고 보는 것이 참 좋죠? 저도 바람돌이님 리뷰 보고 책을 다시 펼쳐보았답니다^^ 표현하신대로 정말 재미가 쏠쏠해요^^;;

바람돌이 2005-05-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똑같은 얘기를 아 이사람은 이렇게 보는구나 라는 재미가 쏠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