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다. 읽던 책은 무조건 다 읽어야 한다는.... 그래서 보통 여러가지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사람을 보면 좀 부럽다. 나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쨌든 읽던 책은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어야한다. 읽다가 그만 둔 책은 꼭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가 다 못보고 중간에 끊고 나오는 그런 기분이다. (에고 부끄러...)그래서 시간이 없을 때는 분량이 많은 대하소설같은건 잘 손에 안대는 편이다. 일단 손에 잡으면 당분간은 다른 책은 꿈도 못꾼다. 무슨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냥 성격이다. (근데 웃기는건 이런 성격이 책에서만 발휘된다는 거다. 일상생활에서는 하다가 그만 두는 일 무지 많다.너무 많아서 나도 내가 한심하다.)
근데 올해 처음으로 중간에 읽다가 덮고만 책이 생겼다.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이다. 평소에도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읽고 또 실망하고...(여기서도 부화뇌동에 능한 내 성격이 드러난다)
공지영의 글을 읽고 있으면 참 마음이 불편하다. 이번에 결국 별들의 들판을 두번 째 이야기 까지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기로 결정하고서는 내가 공지영을 왜 이렇게 불편해 할까 생각해본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가 참 힘들다. 일단은 그녀의 글들은 별로 진실해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감정의 과잉이 책에 몰두하지 못하게 하고 책의 주인공들과의 동일시를 늘 방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불편하게 하는건 글쎄 8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을(물론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학생운동가였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아는바가 없다) 내내 질기도록 우려먹는다는, 이제는 좀 그만하고 뭔가 새로운 모색과 대안을 향해 눈을 돌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느낌이다. 별들의 들판의 후기에 누군가가 쓴(꽤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서평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에 와서 아무도 없는데 오직 공지영 혼자서만 깃발을 들고 있다는 얘기, 분명히 칭찬으로 한것 같은데 나에게는 왜 그 깃발이 과거의 영광만을 되뇌이는 자동인형처럼 느껴지는 걸까?
공지영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과거의 기억과 영광(?)을 되뇌이기 전에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 이웃에서 그녀는 뭘보고 뭘하고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