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로메 유모 이야기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의 입심은 역시 대단하다. 역사 또는 신화의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누비며 종횡무진하는 그녀의 솜씨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 그저 야심많고 잔꾀에 능하고 또 남편으로서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그러면서도 온갖 변명을 일삼는 보통남자에 불과하다. 살로메에 대한 다른 해석은 어떤가? 기독교의 악녀 이미지를 너무나도 가뿐히 뛰어넘는다. 요한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버지 왕을 위해 대신 결단을 내리게 해주는 효녀 심청, 살로메... 또한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를 과보호형 유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는 포복절도할 정도다. 세상에 유다가 죽고나서 "감당할 수없는 아들을 두고"라는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유명인사가 되었다니... 거의 만화적 수준이다.
이렇게 재미있음에도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그녀의 너무나도 철저한 영웅중심의 사관-그녀만큼 노골적으로 역사가 영웅들에 의해서 거의 전적으로 이뤄진다고 공공연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책 역시 로마인 이야기가 그렇듯이 곳곳에서 그런 저자의 관점이 스며있다. 또한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끼는 그녀의 군국주의적 사관. 일본 군국주의의 폐해를 겪은 우리로서는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녀가 남자였다면 1970년에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과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며 할복자살했던 미시마 유키오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것들이 그녀의 글들을 그 엄청난 재능,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늘 뒷맛이 씁쓸하게 만든다. 그녀의 글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게 슬프다. 그리고 그런 글을 역시 재미있다고 읽는 내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