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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제대로 된 역사서들은 여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고....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에서 제대로 쳐주는 분야들, 정치, 경제,문화 등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여성이 끼여들 여지는 없다. 이게 여성의 탓이 아님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리라
그러다 보니 여성에 관한 얘기는 늘 어린이용 이야기책 수준 아니면 궁중의 behind 스토리 위주다. 그 behind 스토리의 대표주자로 옛날 우리 나라엔 '왕비 열전'이 있었다(지금도 있나? 글쎄~)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데 어쨌든 난 고3겨울 방학에 그걸 다 읽었었다. 엄청나게 빽빽한 글씨에 두께도 상당했던 것 같은데 - 처음엔 꽤 야한 맛에 열심히 봤지만 나중에 20여권을 넘어서면서는 한번 시작한 책은 반드시 끝낸다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대단한 인내력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의 역사상식은 이 책에서 많은걸 빚지게 되었다. 대부분이 별 쓸모가 없다는게 문제였지만...
그런데 이 책도 거의 서양의 왕비열전 수준이다. 물론 똑같다고야 할 수없고 여러가지 사료적인 노력이나 이것 저것 분류의 학문적인 노력을 한 것 정도는 인정해줄수도 있으나 그정도야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사람의 기본이지 딱히 인정해줘야 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재밌게는 읽었다. 역시 뒤에는 좀 지겨웠지만.... 그러나 왕의 정부들에 대한 학문적인 분석이나 역사적인 판단이나 시대적인 상황이나 이런건 기대하지 마시라. 본격적인 역사서라고 얘기하기는 좀 힘들다.
언제쯤이면 이 시대의 여성상을 제대로 복원해내는 제대로 된 역사서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