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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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한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 슈퍼 특공대... 좋아하는 영웅들 - 슈퍼맨, 배트맨과 로빈, 아쿠아맨, 더더구나 좋아하던 원더우먼까지 -이 셋트로 나와서 지구를 열심히 지키던 감동의 만화영화를.... 그당시 어린 나이의 우리들은 만화에 배어있는 이데올로기까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었다. 오로지 악당을 무찌르기만 하면 되었고 그 악당이 누구인지에 신경쓸 이유도 틈도 없었다. 이건 당연한거다. 우리 같은 애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반공이데올로기에 찌들어 미국은 은인이고 절대선이라는 생각에 추호도 의심이 없던 시대니 아직 어렸던 우리가 무엇을 알았으랴....그리고 그렇게 만화영화가 끝나고 새로운 만화들, 새로은 영웅들이 나오면서 그 만화는 잊혀져갔다.

이제 그 만화를 삼미 슈퍼스타즈의 박민규가 다시 들추어냈다. 만화적인 감수성과 만화적인 문체로 만화적으로 가볍게....(아마도 이 작가 역시 어릴 때의 나처럼 이 만화들을 열광적으로 봤나보다)

1단계 -슈퍼맨이 그 엄청난 힘으로 지구를 구한다. 아니 미국이 그 엄청난 군사력으로 지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2단계 - 배트맨이 그 많은 돈으로 지구를 누비며 온갖 재건 사업을 한다. 아니 미국이 그 많은 자본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잡아먹는다. 자본주의의 위대한 수출이다. 여기서 배트맨의 짝인 로빈의 역할은?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3단계 -원더우먼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든 전쟁에너지를 섹스에너지로 바꾸며 하늘을 붕붕 날아다닌다. 미국의 소비문화와 섹스산업이 전세계를 광풍으로 몰아치겠지...

4단계 - 아쿠아맨이 대량 복제되어 지구 곳곳에서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초대되어온 헐크도 함께 한다. 할렐루야!!!  미국의 자본은 세계 곳곳에서 대량 소비되어 새로운 미국의 힘을 생산한다. 아쿠아맨 하나쯤 죽어도 상관없다. 왜? 또 만들면 되니까

그러면 우리의 바나나맨은? 이름조차도 초라한 그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미국에 찍소리 한번 못하고 이라크에 파병한 요즘 더더욱 마음아프게 다가오는 바나나맨의 모습... 내 살아생전에 미국에 찍소리 한 번 하는 것 볼수 있을까? 그래서 바나나맨인 내가 더 슬프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어울어져 재미있게 읽었다. 사회과학 서적을 만화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작가는 기대를 너무 빨리 충족시켜 버렸다. 바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것이다. 지구영웅전설을 읽으면서는 재미는 있으나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심하다. 즉 풍자라는 것의 생명은 그것의 의외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무엇, 그것이 살아있고 읽는 사람의 뒤통수를 때려야 풍자가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부족한 것같다.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려 누구나 내릴 수 있는 결론, 누구나 할 수 있는 해석, 결말이 어찌될지 좀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게 이 책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는 다르다. 이책에서 부족한 그것, 읽는 이의 뒤통수를 확실히 때려준다. 만약 박민규의 소설을 보고 싶다면 먼저 지구영웅전설을 보고 그 다음에 삼미 슈퍼스타즈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처럼 거꾸로 봤을 때는 약간 실망도 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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