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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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기적절한 인연을 가리켜 불가에서는 '줄탁동기'라 일컫는다. 좋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본래 병아리가 알 속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맞춰, 밖에서 어미닭이 알을 쪼아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떠들 줄, 쪼을 탁자를 쓴다.-84쪽

어느 정도 읽어 봐서 구미가 바짝 당기지 않으면 접어야 한다. 밑줄을 그어대면서 자신의 눈을 반짝거리게 하는 책이 아니라면 일단 접어야 한다. 물론 구미가 당기는 대로만 읽다 보면 만화책이나 대중소설에만 머무를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재미있다면 우선은 그것부터 읽어야 한다. 마음이 거기로 끌린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자신을 믿고 마음 끌리는 대로 가야 한다. 어정쩡한 교양서적이나 유행 담론 서적들을 폼 나게 끼고 읽은 끝에 결국 폼이나 잡는 교양인이 되는 것보다는 무협소설만 읽다가 무협소설 계통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무협소설 작가가 되는 것이 백 배는 더 낫지 않을까.-86쪽

씨앗도서, 혹은 씨앗문장을 몸과 마음에 심어 두는 첫번째 방법은 씨앗 표시를 해두는 일이다. 즉 공명이 울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일일 것이다. 어떤 대목이나 단원 전체가 마음에 들면 그곳에 별표를 해두면 된다. 일독하고 나면 이렇게 표시해 둔 부분만을, 재독한다. 이때 따라 써 두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 쓰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일 경우엔 다만 눈을 감고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목과 따라 쓰기 외에 밑줄을 묵상하는 방법도 있다. 문장을 읽은 다음 침묵의 상태로 연상되는 이미지나 이야기, 변형문장, 궁극적 의미 등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96쪽

감상적, 도식적, 윤리적, 일상적, 상투적, 통념적 언어질서에 복종하는 글스기는 약자의 글쓰기다. 반면 스스로의 감각과 사유와 상상을 생성해내고 즐기며 기성문법을 넘어서는 새롭고 낯선 소수언어를 만드는 자가 비로소 작가고 예술가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란 언제나 소수언어로서의 창작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창작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란, 기성질서와 언어에 저항하고, 기성질서와 언어를 전복하고, 무엇보다 기성질서와 언어보다 더 강해지고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창작언어는 자연스레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는 언어이고 저항의 언어이고 전복의 언어이고 강자의 언어이고 난장의 언어다.-238쪽

결국 글쓰기는 '경험을 재현'하는게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는 일이다. '글쓴이가 실제 경험한 내용인가?'하는 재현의 문제보다는 '글쓴이가 실제 고민(갈등)하는 주제가 담긴 내용인가?'하는 구현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경험을 갖고 글을 쓰기 보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써야 견고한 짜임새를 갖춘 글을 구현할 수 있다.
어떤 작가에게 독특하고 강력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글감이 되겠지만, 그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주제의식이 없다면 글은 기껏해야 기록에 그칠 것이다.-254쪽

겉으로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것이 결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한 것이 아닌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열심히 읽은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읽었거나,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방만하게 읽었거나, 성의껏 쓴게 아니라 욕심껏 쓴 것이거나, 자기 도약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자기 도취에 빠져 쓴 것이거나,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치졸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다양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산만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혼자뿐인 시간을 가진 경우, 그러한 노력은 허사다.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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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3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앗표시라 인상깊네요^^ 열심히 해야겠어요

바람돌이 2009-09-01 08:47   좋아요 0 | URL
이 책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아직 눈에 안들어오고 책을 잘읽는 방법은 눈에 번쩍 뜨이네요.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글 잘 쓰는거에 있지는 않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