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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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가 처음으로 사고를 낸게 운전 5년만이었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릴러 갔다가 아이를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뒷좌석에 앉혔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놀래서 운전석 문을 황급히 열었다.
그 순간 골목길을 달려오던 차가 내 차 문을 그대로 박살내고 앞쪽 전봇대를 박은 것.
차는 양쪽다 무참하게 부서졌지만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근데 이 기억은 정말 오래도록 나에게 머무르고 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그 기억때문에 괴롭거나 한건 아니지만, 내 몸이 그 상황을 시도때도 없이 되살려내는 것이다.
운전석의 문을 열때마다  가장 먼저 그 기억이 무조건 반사로 떠오른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게 되는 것.
결국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어려운 말의 뜻도 이런 식의 기억이 아닐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온 몸의 세포에 속속들이 각인되어있는 상처의 기억들. 

전에 이런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이를 본적이 있다.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내가 알아낸것은 결국 어린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던 기억이었던듯한데 문제는 그 기억을 안아주고 보듬아 줄 어머니의 존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억이 계속 확대재생산되고 있었던것.
아이의 아버지는 끈임없이 괜찮아질거라며 아이의 공부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의 상태는 갈수록 심각해졌었다. 결국 아이가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아버지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는 그저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상처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의지박약으로 몰아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인 김준기씨가 이 책을 굳이 쓰야겠다고 결심한것도 그런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일게다.
아무래도 임상기록을 책으로 내는건 환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힘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영화가 아닐까?
저자는 원래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아니란다.
오로지 이 트라우마를 얘기하기 위해서 그 때부터 관련영화를 찾고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책을 만들어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나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아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이런 상처를 갖고 있었구나 같은.... 

살면서 감당하기 힘들만큼 큰 상처없이 살아갈수 있다면 그것도 또한 얼마나 큰 행운인지...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상처나 고통과 맞닥뜨릴 가능성을 훨씬 높이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개인에게 지우는 고통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점에서 무차별적이고 또 그만큼 혹독하다.
그런 고통은 때로 가족의 죽음이나 어린시절의 학대나 버려짐 부모의 차별, 사고나 죄, 질병, 실연등등 곳곳에 널려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은 가해자에게나 피해자에게나 트라우마를 남기고 당사자의 일생을 지배한다.  
또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얻은 집단적 트라우마나 분단이 낳은 군대징집이 낳는 트라우마도 신문을 간간히 장식한다.
이런 상처는 결코 개인의 힘으로 혼자서 극복되어지는 것이 아님을 책은 역설한다.
넌 할수 있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격려, 행복하거나 뿌듯했던 순간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 자신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누군가의 존재 그리고 이런것들을 가져다 줄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건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당신도 이런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 얻게 될지 모르는 트라우마, 그 위협을 준비하고 대처할 용기를 가지려면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책은 얘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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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8-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땅에 살면서... 빨갱이 트라우마(레드 컴플렉스), 경찰 진압복 트라우마... 이런 게 생겼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무섭죠.

바람돌이 2009-08-04 10:52   좋아요 0 | URL
사실은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나 군대 트라우마보다 더 심각한 트라우마일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