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여성이 세상을 바꾸다 3
최세희.전성원.손동수 지음 / 낮은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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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유명세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4명의 여성 예술가들.
아니 본인들은 여성이라는 명칭에 갇히고 싶지 않았을터이기에 저 예술가라는 명칭앞에 여성이라는 명사를 붙이기 주저되는 예술가들.
그들이 꿈꾼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민중의 삶을 노래한 칠레의 가수 비올레따 파라
나는 칠레의 민중을 향해 노래한다.
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게 있고
박수갈채를 받고 싶어서 기타를 들지는 않는다.
나는 마땅한 진실과 잘못된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해 노래한다.
그 목적이 아니라면 나는 노래하지 않을 것이다. (64쪽)

평생을 칠레의 구전민요를 채집하고 그것을 재해석하고 노래부르는 삶에 바쳤던 그녀
그리고 기꺼이 여왕의 텐트라 불리는 밴드를 결성. 음악만큼은 여왕이 부럽지 않았으듯하나 실제로는 그저 천막이었던 그곳에서 칠레민중과 함께 노래 불렀던 그녀 비올레따.
언제나 칠레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노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가수 비올레따 파라가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은?
그녀의 노래와 삶이 그러했듯이  그녀는 칠레의 구전민요속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맘을 보았을테고, 그 아름다움을 나눔으로써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을테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내 슬픔과 행복은 나의 노래와 여러분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62쪽)
또 다른 라틴아메리카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로 들었던 이 감동적인 노래 <삶이여, 감사합니다>가 원래는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였구나.... 그녀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으면 그녀의 꿈과 그녀의 마음이 들릴까...... 

금지된 것들에서 인간을 본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적 외상을 입을까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기형인들은 애초부터 이런 외상을 지닌 채 태어났다.
그들은 이미 인생을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들이야말로 삶을 초월한 고귀한 사람들이다.
기형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정상인들의 발걸음을 멈춰세우고, 
스스로에게 인생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같은 존재였다. (69쪽) 

예술가는 정말로 타고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그녀의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쪽.
그녀의 성장과정 어디에서 그녀는 저런 감성을 배웠을까? 그저 타고났다고 말할뿐....
사회로부터 금지된 것들, 보고도 모른척해야 하거나 그러기를 권유받는 이들
장애인, 기형인, 사회적 낙오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던져놓고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라고 바로 당신의 모습이다라고, 그러니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보라고 얘기하는 듯한 그녀의 사진들...
그녀의 사진속의 인물들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메시지도 전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다이앤 역시 무엇을 강요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울림과 공감을 불러내는 것이 예술가 아니던가?
그녀의 무심한 카메라, 피사체의 무시한 표정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이들은 무심할 수 없는 감정의 파문들....
나는 내가 찍지 않으면 아무도 보려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믿는다(127쪽)
맞다. 그녀가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녀가 보라고 들이대지 않았다면 우리는 보고도 보지 못했으리라..... 

'흑인'과 '여성', 두겹의 벽을 깬 영화감독 - 유잔 팔시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멋있다', '대단하다' , '영화가 훌륭하다'
'사랑해요'라고 칭찬하고는 한다.
그러나 나에게 최고의 칭찬은
'당신의 작품을 보고 내가 변했어요'라는
말이다.  (159쪽)

마르띠니끄라는 이름도 생소한 카리브해의 섬, 그것도 프랑스령의 섬 출신의 영화감독
어릴때 본 미국 영화가 모두 흑인을 어리석고 멍청하게 그리는 것을 보고 그런 영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녀
어릴적 했던 생각 꿈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을 키워준 고향 마르띠니끄에 바치는 헌사, 고향의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가족을 배경으로 그들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그곳 농민들의 가난과 현실을 그렸다는 첫 영화 <사탕수수 길>
그리고 1976년 실제로 남아공에서 일어난 소웨토 봉기를 배경으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고발한 <백색의 계절>
이 영화들로 충분한 명성과 명예를 얻었지만 그것이 유잔의 미래를 탄탄대로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영화란게 어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던가? 무엇보다 자본의 힘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무지막지하게 돈이 드는 예술 또는 노동 아니던가말이다.
그 자본과의 싸움에서 유잔은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자신을 배반하지는 않는 오로지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드는 꿋꿋함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 나도 조금은 그녀를 닮아 좀 꿋꿋해졌으면 좋겠다....ㅠ.ㅠ 

세상의 모든 폭력에 저항한 화가, 케테 콜비츠
케테는 노동자들의 활기찬 모습을 관찰하면서
독일 소시민들의 판에 박힌 답답한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활력을 느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짐꾼이 나에게는 아름다워 보였고
민중의 활달함이 아름다웠다. 소시민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매력도 발견할 수 없었다. (180쪽) 

케테 콜비츠의 그림으로 처음 본게 <독일의 아이들이 굶주린다>였다.
굵고 강렬한 선이지만 아이들의 눈동자는 얼마나 간절하고 애절하던지.... 그림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진건 그 때가 처음이지 싶다. 그래서 지금도 케테 콜비츠의 이름은 늘 그 그림과 함께 떠오른다.
전쟁과 그녀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1차세계대전에서 아들을 잃었고, 2차 세계대전에서 손자를 잃었고...
그 슬픔은 어떤 슬로건보다도 더 큰 침묵의 외침을 미술로 형상화해냈다.
그녀의 역사연작들도 훌륭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건 그녀의 전쟁을 반대하는 그리고 그 희생을 추모하는 작품들이다.
그녀의 작품 <씨앗들을 짓이겨서는 안된다>를 보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한국에서 절망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 혹시 나는 저렇게 힘있게 팔을 뻗쳐 아이들을 억누르고 있는건 아닌건지....
위대한 예술이란 결국 시대를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 맞을게다. 

4명의 위대한 예술가들
그들이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나의 아름다운 세상은 그녀들의 꿈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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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중3정도나 고등학생 이상부터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재밌게 써졌다.
인물들의 기본적인 일대기와 생각을 잘 정리해놓았고 다른 박스 형태로 당대를 이해하기 위한 보충자료들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세상을 정말로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인지을 알고싶은 모든 이들이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요 책이 시리즈로 3번째이던데 덕분에 먼저 나온 책들도 찾아 읽어야겠다고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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