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과 쌀람,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 유재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아침 뉴스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나와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의 목적 - 하마스를 괴멸시키는 것은 충분히 성공했다"뭐 이런 식의 논조였다.
아 그래, 저들 이스라엘의 목적이 하마스였지? 이스라엘에 눈곱만큼이라도 반항할 기미가 있는 세력의 괴멸. 복수를 인정치 않겠다는.....그것이 비록 탱크와 미사일에 대응하는 짱돌수준이라 하더라도....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두개의 국가가 추진되었다.
그럼으로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건설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조금씩 타협하기 시작하고 투쟁의 상징이었던 아라파트가 사망한 이후 타협의 정도는 치가 떨릴 정도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원하는 딱 그대로를 실현하는 것.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공공연하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의도를 수행하고 있다. 그 댓가로 그들은 외제 자동차를 몰고 저택을 세우며 새로운 내부의 친이스라엘파 - 적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화려한 저택에서 외제 자동차를 몰때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투쟁을 여전히 이야기했다.
적어도 하마스는 화려한 저택이 아니라 난민촌 캠프에서 난민들과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옷을 걸치고 그들과 같이 생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누구를 선택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택은 자치정부 주도측 파타가 아니라 하마스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서구세력이 그렇게 자랑해대는 선거라는 제도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마스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결국 하마스는 서안지역에서 쫒겨 가자지구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이번의 폭격이 가자지구에 집중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싸우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싸우지 않으면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내부의 친이스라엘파에게 이중의 수탈을 당해야 하는데도 싸우지 말라고 말할 것인가? 

"우린 인간입니다. 이렇게라도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인간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팔레스타인인이 벌레가 아니란 것을 팔레스타인인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60년간 자기 땅에서 쫒겨나고 생존을 위협받아온 사람들, 지금도 어떤 미래도 꿈꿀 수 없는... 자기 집에서 아이의 젖을 먹이다가 벽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땅에 사는 사람에게 그럼 어떡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60년전 땅을 빼앗고 삶을 빼앗은 이스라엘은 지금은 요르단강 서쪽의 서안 지역과 지중해 연안의 가자 지역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분리 장벽으로 그들을 가두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높이 8m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과 온갖 첨단 기술이 장착된 철조망의 건설.
그야말로 하늘 뚫린 감옥에 다름 아니다.
그런 감옥에 가둬놓고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은 무한정으로 이곳에서 공급받는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무한정 착취가 가능한 이 노동력을 이스라엘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국민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분리 장벽안이라고 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끼리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점령촌을 만든다. 주로 이스라엘 내에서 극빈층에 속하는 정통파 유대인들-군역을 거부하는-하레디들을 이주시켜 만든 점령촌들이다.
이 점령촌들은 서안과 가자지구내의 이스라엘 초소 역할을 하며 이 지역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기지 역할을 해낸다.  

아 정말 완벽하다.
어떻게 이토록 한 민족을 철저하게 노예로 지배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 대부분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는데 저쪽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지 않잖아요? 자살테러공격이나 해대고... 그러니 우리들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를 하고 있을뿐이에요.
평화? 내가 모든 걸 빼앗았고, 지금도 빼앗아서 배 뚜들기며 살고있을때 저쪽은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평화를 원한다고? 내가 빼앗은 어떤 것도 내놓지 않으면서 평화라고??
이스라엘은 잘 알려진대로 의무병제다. 만 18세의 모든 남녀가 군대를 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와 비슷해보이는 듯하지만 우리는 전쟁없는 군대다. 대부분의 군인들이 정말로 사람을 죽여보는 일은 없이 제대하게 되는 군대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대는? 사람을 향해 직접 총질을 하고 그 총으로 일상적으로 타인을 위협하는 경험을 하고 그리고 때로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군대다.
저 감수성 강한 나이에 총에 의한 권력과 힘과 그리고 살인을 경험한 아이들이 이어갈 나라라....
이스라엘이 달라질 희망이 보이지 않고 그럼으로써 팔레스타인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없는 땅의 사람들,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날것 그대로 피를 튀기는 땅의 사람들을 어찌해야 좋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집이나 소개하고 시답잖은 연애담이나 늘어 놓는 기행문과 비교하면 유재현 씨의 기행문은 역사기행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죠? 여행 가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고 간다는 느낌을 줍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3   좋아요 0 | URL
같은 곳을 가더라도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가느냐에 따라 볼수 있는게 엄청나게 달라지겠죠? 유재현씨의 기행문은 저는 이제 무조건 삽니다.

rosa 2009-01-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따로 적어놓았던 구절을 바람돌이님 서평에서 다시 발견했어요. 그 절망감과 고통, 어떻게 위로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9-02-02 00:42   좋아요 0 | URL
그 고통이 끝날 전망이 안보인다는게 더 큰 고통일것 같아요. 맘만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