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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야곱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했다"
굳이 성경이 아니라도 형제간의 부모의 애정을 둘러싼 다툼이야 무수히 리바이벌되고 변주되어왔다. 그 유명한 에덴의 동쪽도 그렇잖은가말이다.
결국 쌍둥이로 태어나 언제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는 동생과 늘상 동생에 가리는 언니의 이야기란게 별로 새로울게 없는 소재란거다.
하지만 소재는 결국 소재에 불과하다는걸 이 책은 알려준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어떻게 양념을 치고 버무려내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맛이 나올 수 있음을 말이다.
딱 5분먼저 아주 건강하게 태어난 언니 사라 루이스, 그리고 언니보다 5분 늦게 나오는 바람에 위태위태하게 나와 부모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동생 캐롤라인
그들의 탄생만큼이나 성장과정도 대조적이어서 언제나 겉으로는 아들못지않게 씩씩하여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돕기까지 하는 언니인 반면 동생은 타고난 미모와 재능으로 관심과 애정만을 받으며 자란다. 적어도 언니인 휘즈(주인공 사라루이스의 별명)의 생각은 그렇다.
이런 극적이라면 극적이랄 수 있는 설정이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아주 조용하다. 심지어 휘즈가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조차도 아주 조용하다.
늘 동생의 그늘에 가렸다고 생각하고 자라는 아이의 모습은 어쩌면 정말로 이렇지 않을까?
여태까지의 영화나 이야기들이 그려왔던 것처럼 그렇게 반항일변도로 흐르기보다는 말이다.
이렇게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반항을 심하게 하면 정말 부모에게서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을 듯하다.
그러다보면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순종적이고 휘즈처럼 먼저 나서서 집안 걱정과 부모 걱정을 하는 그런 애어른이 되가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쩌면 결국 휘즈에게 네가 그렇게 사는 건 네가 하고싶은게 뭔지를 진짜로는 몰라서 그렇다고 얘기하는 옆집 할아버지의 한마디는 너무나도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휘즈에게서 그런 꿈까지 빼앗아간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인데 말이다.
물론 아무도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상황들이 휘즈에게 다른 삶을 생각할 수없게 강요한건 아닌지...
소설이 휘즈에게만 몰아붙일게 아니라 이런 면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었다면 소설의 리얼리티가 좀 더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휘즈의 결단은 리얼리티가 확 떨어지면서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태까지 자신을 억눌러왔던 아이가 말 한마디에 각성이 이루어지는건 참 쉽지 않단 말이다.
게다가 이전에 휘즈의 꿈이 의식의 바깥으로 표면화되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 그러하다.
그 외 보너스
소설은 라스섬의 풍광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성장소설이라 하여 아이의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내가 사랑한 야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