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간만에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이 나왔다.
만화같은 가벼움으로 완전히 무장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에는 만만치않은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이다.

영화처럼이라....
이번에는 영화가 소잰가?
영화 이야기를 어떻게 버무려놨을까? 기대감에 한편 한편 아껴가며 읽게 된다.
각 단편들의 제목은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영화제목들이다.
알랭들롱의 그 시니컬한 표정이 바로 떠오르는 <태양은 가득히>
하층민 출신으로 신분을 바꾸고 싶었던 청춘의 알랭들롱.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감으로써 예정된 진로를 벗어나고 싶었던 나와 그 길을 벗어날 수 없었던 아니면 벗어날 생각이 별로 없었던 용일의 대비
나와 용일이 꿈꾸었던 것은 알랭들롱이 결코 잡혀서는 안된다는 거였지.
그건 자신의 예정된 삶의 행로를 거부하고 싶었던 그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을거야....
아무튼 지금은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와 용일처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주어진 이데올로기의 틀을 던져버리는 모습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속에서 늘 등장하는 모습이었던듯하다.
그건 어쩌면 바로 작가 자신의 꿈이자 희망이었을까? 그렇다면 작품속 나는 결국 작가 그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싶었다

<정무문>속 이소룡의 힘을 빌려 아니 정말은 이소룡같은 에너지로 다가온 새로운 사랑의 힘으로 남편의 갑작스런 자살을 극복해나가는 주부의 이야기도 공감이 갔었다.
다만 <프랭키와 자니>편에 나오는 아버지의 돈을 털어 현재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나 <페일라이더>에서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야쿠자에게 복수를 하는 라이더아줌마의 이야기는 살짝 가즈키다움에서 비켜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나갔다고나 할까?

뭐니 뭐니해도 여기 연작들의 백미는 마지막 <사랑의 샘>이다.
가즈키다운 유머가 넘쳐흐르지만  동시에 전혀 가즈키답지 않은 따뜻함이 넘쳐흐르는 행복한 가정이 그 주인공들이다.(가즈키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참 따뜻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우회적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사랑의 샘>에서의 방식은 아주 직설적이다.)
가즈키답던 아니던 오랫만에 입가에 내내 미소를 머금으며 책을 읽었다.
마치 오래된 추억의 옛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소설속의 내용도 결국 그런 추억의 영화를 찾아 할머니에게 기억과 힘을을 돌려주는 것이었으니 결국 작가의 의도에 걸려든 것일까?
할머니처럼 나도 추억의 힘에 치유받고 위로받는 느낌에 행복해지는 시간을 선물받았다.

아 그러고보니 정말 갑자기 나도 로마의 휴일이 다시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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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06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의 팬이 여기에도 계셨군요.

바람돌이 2008-11-07 2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네시로의 팬.... ^^
뭐니뭐니해도 저에게 최고는 였어요. 그 이후 가네시로의 팬이 되었는데 최고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늘 기대만큼은 해주는 작가라고 할까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1-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건 보셨나요.일본서 만든 GO는 괜찮은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플라이 대디는 그다지 좋은 평은 못 받나봐요.

바람돌이 2008-11-10 11:19   좋아요 0 | URL
영화는 하나도 안봤어요. 가즈키 소설은 영화로 만들면 뭐랄까? 너무 책하고 똑같을 것 같아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느낌?? 하여튼 영화는 별로 안 땡기더라구요. 영화보러 갈 시간 내는 것도 장난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