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 현장 교사들이 쓴 역사교육론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교과서가 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교과서가 논란이 될때는 언제나 대부분 역사교과서를 두고 벌어진다.
유독 역사교과서만이 이렇게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뭘까?
결국 역사교과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장 첨예한 대립의 각을 형성하는 곳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 증거로 최근에 또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의 정권과 뉴라이트세력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0년이면 국사 교과서가 드디어 국정체제에서 벗어난다.
조금 일찍 풀린 근현대사나 세계사와 함께 검인정체제로 들어서는 것.
뭐 요즘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설마 국정보다야 못하겠냐싶은게 사실이다. 국정교과서의 그 답답한 틀은 교과서를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만들어놨다)

어떻든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이러한 교과서의 편찬작업에 끊임없이 관심을 표하고
어떤 형태로든 그 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회원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의 혁신을 위한 끝없는 모색과 경험의 교류
국정교과서의 무미건조한 틀과 내용을 벗어나려는 노력
살아있는 한국사, 세계사 교과서 시리즈로 결실을 맺은 대안교과서 작업까지....
그런 지난 20년간의 노력을 하나로 묶어낸 책이 이 책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역사교사들이 무엇을 더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나가야 할지를 대략 짚어보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의 개편내용과 검인정교과서 체제하 교과서가 담아내야 할 체제와 내용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1,2부에서 서술하고 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드디어 역사과목이 사회과에서 독립.
사회에 편입된 국사, 세계사가 아니라
역사라는 독립과목이 된다.
그동안 역사교육계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진 여러 문제들
초중고등학교의 계열성 문제
한국사와 세계사의 결합으로 보다 넓은 시각을 확보할 것의 문제
교과서가 역사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의 문제 등등
기존의 교육과정 개편때보다는 이러한 고민들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교과서 서술자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보다 폭넓게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수요목이 훨씬 포괄적으로 서술된것도 이런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당연히 이런 발전의 이면에는 20년을 싸워온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유형무형의 노력이 있었다.
(아! 근데 요즘의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그 20년의 노력이 2년 아니 2달만에도 뒤집어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심히 하게 한다.)


그리고 3,4부에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내 각 지역이나 모임, 개별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의 서술은 단순히 수업사례를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뭐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이 단체에서 나오고 있는 회보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수업사례들은 주제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지금 우리 역사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제기들을 같이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들
한국사에서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역사교육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한중일 역사의 공유와 교류, 그리고 평화의 전망
전쟁 이야기로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
교과서의 중심에 전혀 편입되지 못하고 외곽을 맴돌거나 아예 무시당하는 노동의 역사와 지역사, 일상사, 과학기술사에 대한 수업사례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솔직히 켕기는 구석이 없지 않다.
내가 모든 분야를 섭렵할수야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잊지 말고 다루어야 할 부분이나 각 수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면에서 많이 부족한 면들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니 말이다.
3,4부의 글들은 읽다보면 끊임없이 반성만 하게 되니 이 책은 좋은 책일까? 나쁜 책일까?

어쨌든 현직역사교사거나 미래의 역사교사를 꿈꾸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글쎄...
뭐 읽는다고 나쁠건 없지만 책장이 그리 잘넘어가는 책은 아니라는걸 미리 말해둬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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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부의 문제의식! 날카롭습니다.우리가 붙잡고 씨름해야죠.

바람돌이 2008-10-13 22:58   좋아요 0 | URL
저런 문제의식들이 문제의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되고 그것이 교류되어지는 것이 역사교사모임의 최대의 장점이겠지요. 그 모임의 혜택을 많이 보는 제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동시에 내가 얼마나 제대로 저런 문제의식을 잘 챙기고 있는지 늘 돌아보게 하는 것들입니다.

bookJourney 2008-10-1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선생님들께, 감사+격려+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바람돌이 2008-10-13 22:59   좋아요 0 | URL
저도 무조건 감사의 박수를 보내요. 이름만 회원이지 사실상 다른 분들한테 도움은 못주고 늘 받기만 하는 입장이거든요. ^^

순오기 2008-10-1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창시절보다는 역사교육의 비중이 낮아진 거 같은데~~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승자의 역사'라는 거 어떤 측면에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요.ㅜㅜ

바람돌이 2008-10-13 23:01   좋아요 0 | URL
전체 시간이 줄어든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보다 문제인건 역사가 사회과에 편입되어 있다는거예요. 그러다보니 교사임용에서 사회과내 분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되고 중학교에서는 비전공자가 역사를 가르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분들도 곤욕이고 역사전공자 입장에서도 어떤 때는 자기 과목 놔두고 지리나 일반사회를 가르쳐야 하니 그것도 곤욕이죠.
다행히 2010년부터는 역사가 독립교과목으로 되니 그 문제만큼은 어느정도 해결이 될 것 같은데 그외 교과서 문제나 넘어야 할 산이 정말 첩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글샘 2008-10-14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공자가 역사를 가르친다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1인입니다. ㅠㅜ
역사의식 없는 역사 교사도 수두룩함을 보고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의식 없는 무뇌한에게 배우는 역사는 정말 독이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역사교육 강화라는 모토를 보면... 박정희가 생각나서 섬뜩한데요. 그건 국어 사랑도 마찬가지구요.
위에서 하는 개혁은 뭔가 꼼수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책처럼 아래서부터의 연구,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겠지요.

바람돌이 2008-10-14 23:00   좋아요 0 | URL
글샘님 지적에 땀 삐질삐질이에요. 정말 역사의식 없는 아니 무식한 역사의식 가진 역사 교사 많죠. 에휴~~
이번 개혁은 근데 어쨌든 현장교사나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걸 책을 읽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근데 이게 지금부터가 문제인 것 같아요. 제도를 바꿔도 그 속에 내용이 어떻게 채워질지도 문제고, 거기다 지금 교육부에서 공공연히 여러가지 악수를 많이 두고 있더군요. 교과서 개편을 위해 들어간 현장교사들을 그 사업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배제를 한다든지 하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6:31   좋아요 0 | URL
일본처럼 완전 검인정을 실시해서 교과서를 자유로 선택하게 하면 뉴라이트 교과서의 채택률이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채택률보다 훨씬 높을 걸요.그게 서글픈 이 나라 현실이기도 하구요.하긴 후소샤 채택률이 1%도 안 되었으니 대단한 거죠.우리나라도 검인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학생들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합니다.일방적으로 학교 측이 정해버리는 상황에선 검인정이 아무 의미가 없죠.

바람돌이 2008-10-18 23:53   좋아요 0 | URL
학생의 교과서 선택권이라... 글쎄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아님 소양? 하여튼 그런걸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오히려 우익사상에 투철한 부모의 영향력을 더 많이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학생들에게 교과서 선택권의 일부를 준다라는건 전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정치논리에 더 휘말릴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소한 검인정은 국정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면에서라고 해도 좋구요.

BRINY 2008-10-1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람돌이 2008-10-14 23:00   좋아요 0 | URL
이 말줄임표는 글샘님 말에 뜨끔해서일까요? 전 좀 뜨끔한데요. ^^;;

BRINY 2008-10-20 12:22   좋아요 0 | URL
요즘 정말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서요..뜨끔한 마음,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휴..

바람돌이 2008-10-20 22:37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