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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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ㅣ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예전에 있던 학교에 머리에 목숨을 거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헤어스타일은 정말 가관이어서 입을 대지 않는 선생이 없었달까?
지 얼굴의 3배쯤 되게 머리를 부풀려서 사자 갈기처럼 만들어놓고
얼굴을 그 안에 아예 파묻어버리는...
당연히 염색도 했고...
염색은 어찌 어찌 해서 겨우 설득했지만
정말 그 머리의 파마만은 죽어도 안된다는 거였다.
그 아이의 요지는 저는 얼굴이 커서 머리로 가려야 한다는 것.
정말 딱 그거 하나였는데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푸느니 학교를 안나오겠다는 것.
어느날은 집에서 지네 아버지한테 맞아서 눈이 핏줄이 터져서 나타나고
학교 두발에 대한 단속이 있으면 아예 안오고...
그 머리 덕분에 그녀석의 학교생활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뭐 문제를 따지자면 머리뿐이겠냐만은 어쨌든 핵심은 머리였다.
결국은 담임도 수업들어가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거의 포기하고
머리야 어떻게 돼든 그냥 학교만 나와라.
밖에서 사고만 치지마라로 포기상태.
근데 이녀석의 그 무대포 반항은 선생님의 생각도 살짝 바꾸긴 하더라.
그놈의 두발단속에 지친 선생님들은
"그놈의 머리가 뭐 그렇게 문제라고 애들하고 이렇게 신경전을 벌여야 하느냐?"식의...
그 학교의 선생들은 다행히도 이 책에 나오는 학교선생들처럼 아이 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식의 만행을 저지를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아! 이건 선생님들이 학생인권에 대한 의식이 투철해서 어쩌고가 아니라 단지 정말로 간이 배밖에 나오지 않았다는것일뿐....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정말 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생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미는 것도 모자라 라이타를 들이대는 미친 선생에게 본능적으로 달려들다 전형적인 모범생에서 최고의 문제아로 등극한 일호.
그런 일호를 두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일호의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또박 또박 말한다.
두발 규제라니요. 학교에서 아이들 머리를 멋대로 밀어버린다니요.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런 일은 60,70년대에 끝냈어야지요. 21세기 아이들에게 전근대적인 규제가 가당하기나 합니까? 이런 환경에서 과연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선생님들께서 머리를 미는 행위는 반인권적입니다. 국제인권위원회에 제소할만한 일이지요.....
우리 애를 하루종일 상담실에 두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것은 아이의 수업권을 박탈하시겠다는 겁니까?
이건 정말이지 일호의 아버지가 일종의 외부인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한국의 학교,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특히나 인문계 고교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저 말을 하기 위해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를 십몇년을 바깥세상을 떠돌아다니게 했나보다.
이 땅 안에서 산 부모라면 정말 택도 없는 행동이라는걸 알기에...
그러나 아버지의 느닷없는 지원을 받았다 하더라고 그것으로 일호가 승리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학교 선생들의 말도 안되는 만행이 통용되는 것은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혹은 전적인 지지 내지는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 무관심.
그리고 그런 어른들을 똑 닮은 아이들의 개별화
이런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호의 반항은 아이들의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패배를 감내해야 하는거고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자고로 꿈을 말하지 않던가?
일호의 머리를 모범생으로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 일호의 이발사 할아버지.
아이들 머리에 별 하나씩을 달아 아이들의 꿈과
그 꿈을 잃어버린 예전에 아이였던 이들의 기억과 연결해주는 해결사.
물론 현실이 이렇게 될리야 없겠지만 그러기에 소설이지 않는가?
어른들도 예전에는 모두 어린아이였고 꿈이 있었지 않냐말이다.
어른들이 열일곱살의 털을 기억에 담아둘 수 있는 세상이라면,
아이들도 좀 더 숨쉬기가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