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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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물론 전쟁도 없고 착취도 없고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없는 세상이지...
아 이건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거구나.

그럼 거기에 하나 더 보태볼까?
일단 국가가 없어져야지. 민족이니 국경이니 인종이니 다 말이야. 
길거리가다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봐도 다시 돌아보지 않는 그런 세상.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들 국제결혼을 해? 있는대로 피라는 피는 다 섞어버려서 몇세대쯤 지나면 정말 인종이고 뭐고는 다 없어지겠다. 
그러면 이방인이니 경계인이니 하는 개념은 고어사전같은데서나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더 보태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갈볼까?
내 아이가 15살이 되면 자유롭게 연애하고 -마음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말이야 - 사랑할 수 있는세상? 혹시 좀 더 커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원래의 것과 다르게 선택한다해도 그래 그것도 괜찮겠지 네 뜻대로 하렴 할 수 있는 세상?
아 이건 참 쉽지 않겠다.
자식 문제에서만큼은 사회 평균보다 한참 더 보수적인 대한민국의 부모들한테 이런 말하면 미쳤다고 하겠군...
근데 조금만 더 따져보자구. 그게 뭐 그리 문제가 되지?
문제가 되는건 그걸 금기로 설정하고 온갖 제제를 가해버리고 하는 현실이 문제인거잖아.

위험한 일이 많은 소방관이나 고층 건물 유리닦이의 월급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노동시간이나 노동강도에 따라서 월급의 순위가 매겨지는 세상.
대학은 그냥 진짜 공부가 좋은 사람들이 가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왠만한 직업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가질 수 있고....

뭔가 원하는 세상을 얘기하면 참 많은걸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빈약한데 놀라게 된다.
이 정도를 열거하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니....
문제가 뭘까?
고민이 부족해서인면도 있겠지만 그런 세계를 도대체가 본적이 없으니 오직 이 빈약한 상상력으로 창조해내야 한다는것도 문제겠지.

결국 인간이 자기가 살고싶은 세상에 대해서 꿈꾸는 것도 뭔가 아는게 있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걸게다.
그 텍스트로 좋은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인터넷 일기라는 형식은 이런 이야기에 어쩌면 가장 좋은 새로운 장르가 아닐까 싶다.
박노자라는 이는 어떤 면에서는 참 복받은 인간이다.
국적을 다양하게 거치는거야 꽤 있겠지만 그 국적의 내용이 (구)공산주의 국가-자본주의 첨병인 대한민국-그리고 거주지는 서구 복지국가의 모델링이랄 수 있는 곳까지...
그런 다양한 경험에 일단 기반한 그의 다양한 사유는 결국 인간이 살만한 세상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범위와 상상력의 범위를 확장해놓은 듯하다.
그리고 그가 꾸는 꿈이 나의 꿈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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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4-2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존 레논의 <이매진>가사 같아요.체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라고 했지요.
전 밤에만 꿈꿔요.
하지만 국가가 없어지는 ..(제국이 아닌한 한 없어질 수 없기때문에) 인종이 사라지는...(생물학적 인종은 바뀌지 못하기때문에).. 전쟁이 없어지는...(인간이 소멸되고 인류역사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동반해야 하니까..) 노동 시간이나 노동강도에 따라 월급이 매겨지는...(노동가치가 그렇게 단순명료하지 않기때문에).. 꿈도 꾸지 않습니다.
문학적 상상력이 무지 약한거지요.




바람돌이 2008-04-30 10:06   좋아요 0 | URL
아! 이매진!! 그러고 보니 이매진의 가사가 이런 내용이었어요. 뭐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입속에 이매진을 흥얼거리며 달고 다닐 것 같습니다. ㅎㅎ
꿈이란건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꾸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했습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만큼 첩첩이 쌓여있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보지 않고 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모르고 마음편히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계속 확인한다는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역으로 이런 꿈을 꾸는건 내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지, 어디에서 분노를 해야 할지,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어야 할지를 마음에 새기게 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전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래도 말입니다. ^^

드팀전 2008-04-3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씀하실거라 생각했어요.^^ 절망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기루같은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고 절망의 산을 오른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세미나 주제 같은데....'국가'가 없어질 것처럼 보이시나요? '국가'에 도전하는 다른 소규모 정치 공동체나 생활공동체같은 형식의 도전이 아니라 전면적인 '국가' 자체이 폐기 같은 것 말이지요.

저는 '국가주의'에 대한 기피와 정치,역사체계로서 현존재의 조건이 되는 '국가'를 당연히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우리가 '국가주의'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국가'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닭잡는 칼로 소 잡는 일일 수 있습니다.전 가끔 우리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국가주의'와 '국가'자체에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국가'는 '국가주의'와 다른 담론으로 읽어내야 하는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를 없애면 '복지'는 어떤 정치 영역에서 담당해야 할까요? 상호부조같은 것...'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이 '복지'를 중심으로 한 '큰 정부'와 현재의 MB의 '작은 정부'사이에서 길을 잃는 듯 합니다.

오히려 '국가'의 소멸을 막고 '국가'의 헤게모니적 주권권력을 전환해야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지금으로선 ^^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희망'인가가 중요하겠지요.저 역시 '어떤 희망'에 대해서는 아이와 많이 이야기 할 겁니다. 좀 더 커야겠지만.

바람돌이 2008-05-01 12:24   좋아요 0 | URL
꿈을 꾸되 제대로 된 꿈을 꿔라란 말이군요. 구름잡는 소리나 하지말고말입니다. ㅎㅎ
정말로 현실적으로 제대로 꿈에 대해서 말하라면 위에서 제가 쓴 것들은 다 헛소리겠죠. 말씀하신대로 국가주의와 국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국가라는 것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꽤 오랜동안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오히려 국가가 지나치게 역할을 안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이런 일반론 외에 님께서 말한 국가의 소멸을 막고 국가의 헤게모니적 주권권력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씀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자본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지금으로선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꿈도 꾸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국가라는 체제하에서 너무 오래 살지 않았나? 그래서 그 외의 대안에 대해서 아예 생각자체가 불가능하게 돼버린건 아닌가?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경계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차이가 아니라 차별로 이어지는건 너무 쉬운 일이잖아요. 이상적인 꿈같은 소리는 어쩌면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이 또 한편으로 우리가 지금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때 그것이 헛소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드팀전님처럼 현실의 끈을 잡아주는 사람도 필요하겠죠?
아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좀 많습니다. 매년 몇백명쯤 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