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
이유경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찮게도 친정엄마가 스리랑카로 놀러간동안 이 책을 읽었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무엇일까?
그것도 우리와 지리적으로 세계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가까운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는?

기껏해야 열대의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
그것도 꽤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는...
내 엄마처럼 독실한 불교신자에게는 불교의 성지가 펼쳐져 있는 곳?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무시하고 짓밟기 편한 취급을 받고 있는 무수한 이주노동자들의 고향?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이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걸까?
멀리서의 재난이나 안좋은 소식보다 바로 내 이웃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리면 더 맘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게 인지상정인데, 우리는 어쩌다 눈길을 항상 저 멀리 하얀 나라들로만 돌렸던 걸까?
이웃의 아픔에 관심갖기 보다는 나보다 나아보이는 이들만을 향해 동경의 추종의 눈길을 보내는 법만 배웠던 것일까?

그토록 우리나라에서 험악한 꼴을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험한 얘기들 뿐이지만 그래도 작으나마 한편에서는 이들덕분에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가끔 공중파 방송이나 케일블 쪽에서 그런 변화를 느끼곤 한다.
요즘 채널은 모르겠고 하여튼 tv를 어쩌다 틀다보면 만나게 되는 프로가 <아워 아시아>란 프로다. 얼마전에 본 건 네팔의 아이들편이었다.
마지막에 아이가 하루 14시간 버스차장을 해서  번 너무나 작은 돈을 앞에 둔 일가족의 망연한 모습은 어떤 희망도 들어설 틈이 없는 그들의 현재를 너무나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가난 - 요란한 관광소개서에서 빠진 바로 이 아시아의 모습이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지점이다.
저자인 이유경씨는 어쨌든 뛰어든다.
관광지 아시아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있는 땅,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는 땅, 그럼으로써 투쟁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그 아시아 땅에....

당당하게 거대언론의 아무 개념없는 남의 글 받아쓰기를 질타하며 직접 그 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어쩌면 무모할정도로 용감해보이는 그녀가 아름다운 순간이다.

관념으로 덕지덕지 처발라진 성자의 나라 인도가 아니라 카스트제도하에 신음하는 달리트의나라 인도
실론티~~라는 CM송으로 기억되는 스리랑카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뿌려놓은 처절한 민족분쟁의 현장 스리랑카 - 영국은 이곳에 그들이 먹을 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동력으로 인도인 타밀족을 강제 이주시킨다. 영국은 또한 이들을 달래기 위해 원주민인 싱할리족에 비해 이들을 우대하면서 두 민족간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러한 분쟁의 씨앗은 결국 독립이후 두 민족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끈임없는 내전의 구렁텅이로 스리랑카를 처박아버리게 되는 것. 스리랑카의 경우 지배민족인 싱할리족의 경우 타밀족의 성장은 바로 이웃 인도의 영향력의 강화라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기를 쓰고 타밀족을 억압하고, 타밀족은 타밀족대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여기에 인도의 야심까지 끼어드니 분쟁의 해결고리는 찾기 어렵다.
히말라야와 불교의 이미지로 착하고 선한 사람들만이 살것같은 나라 네팔
하지만 믿기 어렵게도 아직도 절대왕정이 존재하고 그 치하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곳.
바로 그 왕정을 타도하기 위해 싸우는 나라 네팔
인도도 파키스탄도 누구도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 카슈미르
인도나 파키스탄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서로 싸울뿐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오늘도 카슈미르엔 인도와 파키스탄의 목소리만이 쟁쟁하다.

이런 아시아는 왜 이렇게 우리에게 낯선 땅이 돼버렸을까?
바로 옆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과 위로는 커녕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한민국은 비정상이다.
또한 그런 아시아의 모습에 절대적으로 인색한 대한민국 언론 역시 지극히 비정상이다.
이 비정상의 대한민국에 저자 같은 이가 좀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관심도 달라질까?
다른 르포기사나 책들과 달리 쉽게 읽을 수 있다는게 그럼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낯선 아시아의 모습을 전할 수 있다는게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 쉽다는 것 - 저자의 여정을 중심으로 글이 쓰여짐으로써- 이 이 책의 단점이 돼기도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는 하지만 왜 그들이 오늘날 이렇게 싸우고 서로를 증오하며 살게 되었는지의 원인을 이 책에서 제대로 찾아내기는 어렵다.
사실 이부분은 출판사에서 편집에 조금만 신경을 써줬어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매 장의 앞이나  마지막에 박스기사의 형태로라도 그 지역의 최대 문제점과 역사적 연원 같은 걸 설명해주는 장을 따로 실었다면 훨씬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재판이 나온다면 이런 수고를 좀 더 기울여둔다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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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2007-12-2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KBS에서 "차마고도"란 다규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지. 이번 성탄연말에 며칠 동안 재방송 내보내는 모양이야.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마도 그 높은 호응도는 관광상품의 인기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네요.

"차마고도"가 방영되고 난 뒤에 이 코스를 상품화한 관광상품이 인기라네. 실제 다규멘터리의 내용은 그곳의 사람들과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반추하는 것인데, 그걸 보는 우리들은 '아 저길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치환되어 나타나는 것 같아. '타자화되는 삶'이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되는 셈이지...

이 책은 적어도 타자화된 삶을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으니, 네가 지적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시키는 것 같아...

바람돌이 2007-12-26 23:47   좋아요 0 | URL
차마고도란 프로그램 소개를 대충 보니 뭐 관광상품화 되어지기 딱 좋을 것 같네요. 뭔가 이색적이고 약간은 신비스럽고 그런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타자화되는 삶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인도는 대표적이고...

예전에 어떤 글에서 본건데요. 아프리카의 기아로 죽어가는 소년의 사진같은 것들로 기아의 참상을 알리고 세계여론을 환기시키고 하는 공으로 퓰리처상을 받고 그러잖아요. 근데 그런 사진들을 찍을때 그런 모습이 전세계에 날것으로 공개되는 당사자의 생각이나 자존, 인권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걸 읽은 적이 있어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가 제3세계나 또 빈민층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얘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