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5 - 아일랜드의 세기
마이클 매카시 모로 지음, 빌 바그넬.믹 패럴리 사진편집, 조준희 옮김, 박지향 감수 / 북폴리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둘 있었다.
고등학교땐가 배운 "아 목동아~~~" 어쩌고 하는 노래가 떠올리는 이미지
이것도 뭐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들의 복합체이긴 하겠지만 하여튼 한없이 목가적이고 그러면서도 약간 애절한 그런 분위기가 하나.
그 다음은 한때는 신문의 국제난에 심심찮게 오르내렸던 IRA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저항과 테러리즘의 이미지 - 이 두가지는 분명히 세계관 자체가 다른 개념인데도 같이 떠오르다니....

20세기 포토 다큐세계사의 국가선정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이 책이다.
앞의 20세기 세계사 하면 누구나 먼저 떠오르는게 너무나 당연한 식상할 정도의 선택이었다면,
제 아무리 유럽이라 하더라도 영국의 부속지역의 하나쯤으로 여겨지는 아일랜드를 독립시켜 책을 만들다니 꽤 신선하고 바람직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다른 시리즈들은 사실 책속의 글때문에 샀다기 보다는 거의 사진들때문에 샀다는게 정확하다.
하지만 아일랜드 만큼은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게 워낙 없어 책속의 내용들도 무지하게 궁금했다.

책을 보고 난 후!
먼저 아 목동아의 이미지는 왕창 깨졌다.
아일랜드 땅 어디에도 그런 목가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20세기가 들어오고도 내내 사람들과 거리는 하나같이 남루하고 비참하다.
아일랜드 시골마을의 집들조차도 그 남루함이 눈을 가려 목가적인 시골농가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식민지의 착취와 억압의 교묘한 은폐조차도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듯 그것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시리즈의 영국편을 먼저 보아서 그런가?
제국주의 국가와 그 지배를 받는 식민지의 풍경이 이렇게도 확연하게 달라지는 거였구나.

몇개의 영화가 떠올랐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같이 나왔던 <파 앤 어웨이>
아일랜드의 가난한 소작농인 청년과 대지주의 딸의 사랑얘기였었는데, 자유와 희망을 찾아 아메리카로 둘이 도망치는 대목에서도 청년은 여자와 연인행세를 하지 못하고 하인으로 분해 떠났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메리카 땅에 도착한 후에도 청년은 가난한 아일랜드 출신으로 온갖 차별과 설움을 받았던 것. -
겹쳐지는 장면들은 영국인 대지주들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한 행동에 의해 심각한 정도를 가속화시켰던 아일랜드 대기근의 장면들이다.
그런 시기마다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아일랜드를 탈출했다.
이런 대규모의 탈출로 인해 그나마  아일랜드인들이 몽땅 굶어죽는걸 피할 수 있었다는 역사의 기록은 참담할 지경이다.

흔히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창시자로 알려져있는 마이클 콜린스를 그린 영화<마이클 콜린스> - 바바리 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그의 시니컬한 모습이 참 멋졌었는데 말이다.
식민지배가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면(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니까 참 징하기도 하다.) 그것도 바로 옆에 붙어서 말도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일랜드의 경우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영국인 내지는 친영파 신교도들이 인구의 다수를 점해버리는 사태다.
아일랜드는 영국과도 싸워야 했지만 바로 이 내부의 적들과도 싸워야 했다.
영국을 상대로 무장독립투쟁을 벌였던 IRA의 마이클 콜린스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협약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한 때 내겐 큰 의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의 그 선택이 얼마나 고뇌에 찬 선택이었는지....
때로 원칙을 향해 가는 길이 둘러갈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극단적일 정도의 희생이 끊이지 않는 땅에서 일단 평화를 가져오고 싶었던, 그리고 그 평화의 연장선상에서 완전독립의 수순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이었지 않았을까? 
영국과의 협정에 서명을 하고 나오던 마이클 콜린스가 "나는 오늘 내 사형장에 서명했네"라고 했던 말의 의미는 곧 현실이 되어버린다.
이후 아일랜드는 독립하지만 그것은 불안전한 독립이었다.
분쟁의 씨앗을 내부에 간직한.....
카톨릭의 아일랜드와 신교도가 우세한 북부지역은 결국 분단이 돼 버리고, 이 둘 아니 영국까지 셋의 끊임없는 전쟁은 아일랜드에서 민족주의 이외의 다른 정치적 대안을 사상시켜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세번째 영화 - 북아일랜드,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건달노릇밖에 못하던 북아일랜드의 한 청년이 신IRA의 폭탄 테러의 누명을 쓰고 영국 법정에 선다. 영화 내용이야 그런 아들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지만, 여기에서 현재의 아일랜드의 모습을 본다.
아일랜드가 독립한 이후 북아일랜드는 이상한 모습을 띄게 된다.
북아일랜드의 다수는 영국으로의 귀속을 주장하며 소수파인 카톨릭교도 하층민들을 철저하게 억압하는.... 그런 차별 정책에 의해 소수 카톨릭교도들의 민족주의는 한층 강렬해지고 투쟁의 형태도 흔히 소수파가 그러하듯이 강렬한 테러의 형태를 띄게 된다.
신페인당이 주도하는 신 IRA의 등장.
흔히 신문에서 보던 온갖 테러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2005년에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장해제를 선언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아일랜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게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다수파, 그 다수파에 의해서 철저하게 억압당하는 소수파들과 그들의 저항. -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문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걸까?
현재의 아일랜드는 이제 오랜 가난에서 드디어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안고있는 시한폭탄같은 문제의 해법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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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12-2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것도 사고 싶네요.

바람돌이 2007-12-21 09:09   좋아요 0 | URL
책값이 좀 많이 비싸긴 하지만 꽂아두면 뽄대는 나요. ㅎㅎ

BRINY 2007-12-21 19:01   좋아요 0 | URL
가격보고 벌러덩!

바람돌이 2007-12-23 00:39   좋아요 0 | URL
좀 많이 비싸긴 해요. ㅎㅎ 저도 한꺼번에는 도저히 못살것같아 나올때마다 한권씩 샀어요.

아사히 2007-12-2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이런 영화가 있지요.
'보리 밭을 흔드는 바람' 켄 로치 감독으로 작년에 시네마 테크에서 봤네요.
1920년대 아일랜드,어째 민주화되었다면서 새롭게 갈등을 일으키는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는 가슴 아픈 영화...
아일랜드 역사라.. 읽고 싶군요.

바람돌이 2007-12-23 00:40   좋아요 0 | URL
보고싶었는데 못본 영화네. 하기야 못보고 넘기는 영화가 어디 한둘이라야지... 보고싶은 영화 못볼때 아줌마의 비애 느낀다. 매년 국제 영화제 할때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