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세계사 1 : 발칸반도 - 강인한 민족들의 땅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원복씨라면 학습만화계에서는 스타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어린시절에도 그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면서 자랐는데 요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니 하나의 책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다는건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요즘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유럽에서 벗어나서 세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중심의 세계 - 정확히 말하면 서유럽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동유럽,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기 시작한 것.
일단 이원복씨가 쓰면 기본은 팔려나간다는점에서 그가 이런 지역들을 써준것이 고맙기만 하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실제로 책의 내용중에서 발칸반도를 다룬 부분은 반정도밖에 안된다.
책의 앞 반 정도는 민족과 민족주의, 민족국가, 국민국가, 제국과 제국주의 등의 설명에 할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지만 실제로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개념들이다.
발칸반도는 특히나 민족과 종교, 역사가 복잡하게 뒤얽혀 그들 내부의 민족주의들이 상호 끊임없이 충돌하고, 또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하여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해가 맞물리는 곳이었으니 더욱더 이러한 개념들의 정리는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소 지루하더라도 저자는 이런 개념정리를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개념 설명은 대체로 별 무리없이 민족과 국민국가의 성립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는 솔직히 이 설명이 얼마나 이해되어 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워낙에 단일민족의 신화의 맹목성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또 실제로 그런 민족이라 하면 혈연의 단일성부터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가 하는 설명은 피부로 와닿기에는 무리가 많다.
그래서 어쩌면 이원복씨의 이 시리즈 중 이 책만큼은 중고생용이 되어야 하지않을까 싶기도 하다.

발칸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방정교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발칸반도에는 카톨릭,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가 믿어지지만 역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동방정교이기 때문이다.
역시 책은 동방정교의 성립과 역사 그리고 카톨릭과 비교되는 그만의 특징을 찾아내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소한 종교의 하나이기도 하기에 무척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동방정교와 카톨릭의 분리에서 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카톨릭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형성하는 동방정교의 역사가 재미있게 정리가 잘 되었다.
개인적으로 동방의 이콘 문화가 어떻게 발달할 수 있었을까가 궁금했었다.
우상숭배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성상파괴운동을 주도한 비잔틴 제국이지만 그들 역시 야만족이라 불리던 이민족인 슬라브족이 이동해오자 그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다시 이콘을 유행시켰던 상황은 결국 종교라는 것이 필요에 의해 자신의 주장이나 모습을 얼마나 간단히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발칸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다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지정학적 위치로 인하여 원래 이 지역에 살던 민족들외에 이후 대규모의 슬라브족의 이동. 그리고 오랜 오스만 제국의 지배 등은 이 지역의 민족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슬람의 지배기간동안 개종자도 많이 생겼는데 보통은 이 개종이 마을이나 촌락단위로 이루어짐으로써 이후 종교적인 분열의 싹까지 만들게 된다.
그것이 이후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인종 청소, 코소보사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면 민족이나 종교는 다르지만 수백년의 세월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 결국 서로를 말살시키고자 싸우는 광경은 이것이 인간사회의 일이라고 믿고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공존, 종교의 공존이란것은 결국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것도 꽤 오랫동안 공산주의라는 체제하에서 동지적 연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서로를 향한 증오의 총구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것은 섬뜩한 현실이다.

이원복씨는 이렇게 발칸의 현대사까지를 서술하면서 닫힌 민족주의, 국수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가를 열변한다.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민족주의다.
열린 민족주의라는 것이 그것.
하지만 저자가 앞서 했던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과 비교하면 이러한 결론은 지나치게 안이한 결론이라는 비판을 버릴 수 없다.
열린 민족주의라는 것은 결국 본질은 그대로 둔채 얼굴에 살짜 분만 바른 민족주의에 다름 아니다라는 것.
실제로 책의 마지막 문장들

내나라, 내민족, 내 문화에 대해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편 세계와 인류를 함께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식을 지니는 것이 열린 민족주의지.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세계로 진출하며 문화국민, 문화민족으로 세계를 당당하게 끌어안는 정신과 자세 그래서 세계의 중심에 서는 것이야말로 바로 열린 민족주의로군요.

일면 도덕교과서에 딱 나올법한 평범한 결론이다. 하지만 이런 민족주의가 결국 기존에 말한던 민족주의와 뭐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누구든 평화시기에는 민족주의에 대해 저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저런 민족주의가 자신이 조금이라도 불리해질때면 어떻게 다른 이에 대한 가혹한 폭력으로 전환될수 있는가를 발칸의 역사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이원복씨는 제대로 잘 말해놓고 마지막에 가서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해버리는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만약 말하기가 힘들었거나 결론을 내지지 않았다면 그냥 결론 없이 열린대로 두어도 될 법한 책이었는데 말이다.
결국 민족주의의 유령은 참 떨치기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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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9-2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완다의 민족간 참극이나 보스니아의 참상들을 읽다 보면, 정말 민족이나 국가라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넘들에 대해 너무도 증오심이 끓어올랐습니다.
정말, 민족이나 나라 같은 것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7-09-28 22:21   좋아요 0 | URL
민족이나 국가라는 것은 결구 그 태생부터 차별을 전제하고 나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비국민, 민족과 비민족 그래서 내부자가 아닌 타자에 대한 폭력을 필연적으로 전제한 것이라는 거죠. 요즘은 제대로 된 세상이 되려면 정말 님의 말처럼 민족의 경계라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저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