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미국 서부를 가다
지리누리 지음 / 푸른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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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워낙에 해외여행이란게 흔한 세상이고 가는 나라들도 참 다양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저길 도대체 왜 갈까? 싶은 곳을 들라면 내게는 당연히 미국이었다.
정치적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일단 저 나라에 가서 쇼핑을 빼고 나면 뭐 볼게 있다고 하는게 내 생각이라고 할까?

인디언의 문화는 모두 다 파괴되어 남은게 없고, 나머지 백인들의 역사래야 너무 짧아서 명함 내밀것도 없고.... 그래서 한 번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는곳이 미국이라는 나라였다.

근데 이건 역사쪽으로 관심 안테나가 가 있는 나의 생각이고 지리쪽으로는 아닌가보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지리 교사들이 왜 하필 미국 서부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의문은 책을 보자 마자 풀렸지만....
미국 서부가 지리교사들에 의해 선택된 이유는 단 하나.
그곳이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온갖 지형들의 전형적인 형태(그걸 이 책에서 보면 모식적 지형이라고 부르더군)가 모두 모여있는 보물 같은 곳이라는 것.

사실 선상지 같은 지형도 아주 흔한 지형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꼴이라고 딱히 집어 부르기엔 애매할 경우가 많다.  주변의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찌그러진 부채꼴이라고나 할까.... (아이들한테 사진 보여주면서 막막할때가 많다. ㅠ.ㅠ)
그런데 이곳 미국 서부의 경우 그런 선상지가 딱 지리책 모형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펼쳐진단다.
교과서에서 보던 그런 그림같은 지형의 모범을 실제로 본다는건 꽤 경이로운 경험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은 도시에서 도심과 슬럼가가 얼마나 붙어있는지를 보며, 또한 그것이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를 보며 놀라워한다.
캘리코 폐광촌이 관광도시로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서 강원도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강원도 역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온갖 난리들을 부리지만 그것이 지역민을 소외시킨 개발이라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지역민을 아우르고 그들의 경험을 살리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것이 있을까를 고민한다.

또한 비켜갈 수 없는 문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얘기도 끼어들며 그들에 대한 미국의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지형과 지질들이다.
그랜드캐넌을 방문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감탄하며 그곳의 생성원리와 각종의 지형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런 구체적인 설명과 사진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막연히 사진으로만 보이던 것을 이미지화 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기후 - 그로 인해 바싹 메마른 땅, 그곳을 콜로라도 강물이 거대하게 쏟아지면 순식간에 강은 흙탕물이 되고 흙과 자갈과 바위까지 삼켜버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렇게 셀수도 없을 정도로 오랜세월이 지나면 그랜드 캐넌이라는 장대한 자연의 드라마가 완성되어지는 것.
때로 안다는 것이 이해의 지름길이란게 실감될 때가 이럴때이다.

그저 와 멋지다라는 탄성으로 끝날 수 있는 감상이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져가는 과정은 탄성을 증폭시키고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 책의 지리교사들과 같이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랜드 캐넌이 오랜 시간동안의 지각운동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면 옐로스톤이란 곳은 현재 한창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운동하고 있는 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땅 밑에 세계 최대의 마그마 저장소를 갖고 있고, 그 열이 지하 수증기를 가열하여 소규모의 화산쇼를 보여주고 있는 간헐천들을 무수히 가지고 있는 곳이 이곳이다.

 

자연의 드라마라는 것이 워낙에 오랜시간의 결과물이기에 우리 인간에게는 항상 결과로 주어져 있는 변하지 않는 어떤 것으로 인식되어질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의 역사와 거대한 움직임이 하나의 실제로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된다.

 

이러고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도 우선순위는 아닐지라도 꽤 재미있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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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바람돌이 2007-09-18 21:46   좋아요 0 | URL
감사~ ^^

마노아 2007-09-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책을 보관함에서 잠시 쳐다보았는데 여기서 리뷰를 보게 되네요. 반가웠어요^^

바람돌이 2007-09-18 21:47   좋아요 0 | URL
미국쪽 지리 부분 들어가게 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하네요. 저도 다음주면 그쪽 부분 들어가야 돼서 급하게 읽었어요. ㅎㅎ 근데 워낙에 모식적인 지형이 많다보니 그런 지형의 형성과정이나 하는게 쉽게 설명이 잘돼 있더라구요. ㅎㅎ

BRINY 2007-09-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 서부를 4개월 걸쳐 여기저기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런 생각 했어요. 여긴 딱 지구과학 교과서야!!!라구요.

바람돌이 2007-09-18 23:21   좋아요 0 | URL
캐나다 서부를 4개월!!! 저 4개월이란 기간에 부러움 뿐입니다. ^^

BRINY 2007-09-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벌써 옛날옛적. IMF외환위기가 오기 전 얘기랍니다. 그때 싱가폴 항공 뱅쿠버 왕복표가 학생할인해서 40만원도 안됐나 그랬어요. 환율도 엄청 좋았던 때고.
우리나라도 강원도 통리 협곡 같은 곳은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고 하지만, 워낙 그 위에 나무가 많고 사람들이 살고 해서 원형을 알기 힘든데, 아메리카 대륙 서부는 그대로 드러나있으니까 지리책 샘플 사진 그대로여요. 지상에서 보는 것도 좋구, 비행기타고 록키산맥 위 지나가면 정말 지형모형이 따로 없어요.

바람돌이 2007-09-19 10:48   좋아요 0 | URL
요즘도 환율이 내려서 좀 낫죠? 근데 지금은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그렇게 안나잖아요. 해외에서 가끔 배낭여행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보면(물론 소수예요) 젊은 시절에 저렇게 자유로울때 다닐 수 있는 요즘 환경이 부럽기도 해요. 캐나다나 미국 서부의 그런 자연사적인 지형을 보는 것도 굉장히 멋진 경험일것 같네요. 가보기 힘들겠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