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애정은 온화하고 규정된 틀에 맞게, 또한 분명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대신해서도 그 애정의 형태를 내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 P118

우리가 뭐라고 할까, 그녀는 반려동물도 원하지 않았지만, 만약원했다면 그 먹이도 내가 주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아마 거기까지가내 도움의 경계였을 거예요. 왜 그녀는 끝없이 푸념했을까요? 우리가 도울 수 없는 사람을 도울 필요는 없겠지요. 만약 그녀가 삶은이 정도면 되었다고 한다면, 누구에게도 그걸 막을 권리는 없어요. - P142

"나중에 죽일 거예요. 때가 되면, 비올라에게도 주사를 놓게 해서 당신이 죽일 거예요. 누군가에게서 모래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을 저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죽어가는 그에게당신은 삶을 대신할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으니까요. 내가 폴레트를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삶이 지겨워 떠나고자 했을 때 나와는상관없는 일로 여겼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는 죽일 수도 있어야 해요. 참고해두면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나 진심어린 관계를 맺고 있는 하느님께 물어보세요. 그들이 만났을 때폴레트가 하느님께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이에요." - P145

 "피곤할 것이라니.
왜죠? 이미 가축들을 먹이고 젖을 짜고 잠재우며 오백만 가지 일을마친 사람들을 문화회관 안으로 밀어 넣었으니, 당신의 강의를 듣는 그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피곤할 테죠. 그들의 일이 어떤지 당신은 전혀 감을 잡을 수도 없을 거예요. 그냥 앉아서 횡설수설할 따름이니까요." - P171

나는 항상철학적으로 분석할 줄 알았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젊었고 그 정도의 힘은 있었는데도, 눈을 쓸기 위해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분명 그 비질을 할 수 있었다. 시골에 있을 때 한동안 빗자루를 지고 살았으며, 소녀 시절에는 집 앞을 깨끗이 청소하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집으로 들여보내지 못했다. 나는 내려가지 않았다.
내려가기는커녕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였다. 짜고 쓴맛을 좋아하는 입맛에 변화를 주고자 나 역시 이럴 때는 단맛을 찾는다. 그리고 실존주의와 그로테스크한 작품은 접고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슬픈 영화를 즐기는, 그런 크리스마스였다. - P243

단 한 명의, 의사의 몸이 들어갈공간을 위해 그녀의 집 문이 강제로 열렸을 때, 그녀가 저항하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끌어내고자 할 때도 나는 그녀 곁에 있었어야했다는 그 생각 나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상은 이미 빛을 발하기시작했고, 나는 방송국 차로 그 빚을 쫓았던 것이다. 병환, 노쇠함,
고독과 절망을 뒤로 남긴 채. - P267

그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외국 돈으로 셈을 했던 것이다. 에메렌츠의 사건에 있는 단어들은, 오물, 소동, 추문, 길거리 코미디, 부끄러움이었고, 총경의사전에는 법, 질서, 해결, 인간적 유대, 효율적인 일처리가 있었다.
두 개의 단어장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으나, 각각 다른 언어로 되어 있을 뿐이었다.  - P334

에메렌츠의 모든 기적은 수평의 평평함이 아니라비딱하고 비스듬한 것이었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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