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러 가지를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처럼보인다. 그래도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생각에, 이 세계에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이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을까? - P44

나는 바다에 비가 내리는 광경을 볼 때마다 어떤 감동을 받는다. 아마 바다가 영겁에 걸쳐 - 혹은 거의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물은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를 내린다. 영원한 사이클이다.
바닷물은 그렇게 조금씩 교체되어간다. 그러나 바다라는 총체가 변화하는 일은 없다. 바다는 늘 똑같은 바다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인 동시에, 하나의 순수하고 절대적인 관념이기도 하다. 내가 바다에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느끼는 건 (아마도) 그런 종류의 엄숙함이다. - P79

내 전임자들, 즉 나보다 앞서 이곳에 왔을 꿈 읽는 이들도나처럼 설명다운 설명을 듣지 못하고, 그 행위의 의미도 파악하지 못한 채, 날이면 날마다 오로지 오래된 꿈을 읽고 또 읽었을까? 그들은 직무를 무사히 완수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 P117

얼마든지 멀리 달려가려무나. 벽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 - P207

훗날 고야스 씨는 자신이 왜 일상적으로 스커트를 입는지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 - P268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소년은 이 현실세계와 마음이이어져 있지 않다. 이 세계에 진정한 의미로는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다. 임시로 매어둔 기구같은 존재, 지상에서 살짝떠오른 상태로 살고 있다. 그리고 주위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그러니 매어둔 고리를 풀고 이 세계를 영원히 떠나버리는 일에 고통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 P535

옐로 서브마린 소년ㆍㆍㆍㆍㆍㆍ 그 자신이 그대로 하나의 자립한도서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궁극의 개인 도서관. - P557

"그렇지. 하지만 비평적 기준으로는 매직 리얼리즘일지 모르지만,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에게는 이런 이야기 방식이지극히 평범한 리얼리즘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해. 그가 살던 세계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지극히 일상적으로 혼재했고,
그런 풍경을 보이는 대로 썼던 게 아닐까." - P672

"그렇게 참을성 있게 기다릴 만한 가치가 나에게 있을까?"
"글쎄." 나는 말했다. "하지만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기다리고 싶다는 마음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 P680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 P684

도서관에 가기 전 자유로운 오후 시간, 나는 옐로 서브마린소년이 바깥세계에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책을 읽어나갔다.
그건 나 한 사람을 위해 제공된 개인 도서관이었다. 소년은 나를 위해 자기 안에 있는 도서관을 고스란히 개방해준 것이다. - P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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