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남성시인들이 경험하는 ‘영향에 대한 불안‘은 여성 시인에게 오히려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 (자신은 창조할 수 없다는 불안, 자신은결코 ‘선배‘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파괴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불안)으로 다가온다. - P145

최근의 예를 들면, 남성 작가들은 블룸의 ‘영향에 대한 불안‘ 이론이 정확하게 묘사한 수정 요구로 인해 점차 탈진하고 있는 반면, 여성 작가들은 자신을 창조성의 개척자로 본다. 여성작가들에게 이런 느낌은 너무강렬해서 르네상스 이래, 혹은 적어도 낭만주의 이래 남성 작가들은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다. 수많은 아버지의 아들인 오늘날의 남성 작가들은 자신이 뒤떨어졌다는 절망감을 느끼지만, 몇 안 되는 어머니들의 딸인 오늘날의 여성 작가들은 드디어 싹트기 시작한 생명력 있는 전통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다고느끼는 것이다.  - P147

 ‘감염된 문장이 새끼를 친다‘는 개념은 여성 문인에게 너무도 잘 들어맞는 진실이다. 오스틴과 셀리부터 디킨슨과 배럿 브라우닝에 이르는 19세기 소설가들과 시인들의 위대한 예술적성취는 사실적으로나 비유적으로나 번번이 질병과 결부되었다. - P158

 이 모든 인물들과 작가들이 잊었을까 봐 정말로 두려워하는 대상은 정확하게 말해 가부장적 시학 때문에 멀어진 자신들 삶의 국면, 즉 자신들의 모계적 문학 유산이다. 그것은 애니고틀립이 말한 것처럼 그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들에게 중요한 ‘여성적 힘‘이다. 따라서 ‘감염된 문장‘이 여성들 사이에 ‘새끼를 쳐나가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어떻게 질병을 통해 예술적 건강을 획득해내는가를 배우기 위해서도 ‘영향에 대한 불안‘
이라는 블룸의 중요한 정의를 재정의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19세기 여성들이 자신들을 쇠약하게 만드는 가부장적 인식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여성의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잃어버린 어머니들을 되찾고 기억해내 ‘작가가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극복한 일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추적해낼 수 있을 것이다. - P161

모든 여성의 삶과 시, 그리고 선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간단히 말해, 여성 문인이 세계 내에서 자신의 공적 현존을 규정해야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든 똑같이 항상 자기 존재를 비하하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P168

마찬가지로 오이디푸스는 영웅이지만, 메데이아는 마녀일 뿐이다. 리어의 광기는 거룩하고 보편적이지만, 오필리아의광기는 그저 측은할 따름이다. 비극의 구조가 가부장제의 구조를 반영하는 한(다시 말해 비극이 ‘고귀한 인물의 ‘몰락‘ 이야기여야 하는 한 비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단순히 사용한다기보다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 P175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성 작가는 우선 자신을 감염시켰던문장(판결)을 쫓아내야 한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또는 암암리에 ‘주름진 창조자‘에게서 들이마신 절망을 벗어내어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여성 작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창조자의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이다. 다른 은유로 표현해보자면, ‘유리 표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성 문인은 모든 여성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규범을 그토록 오랫동안 반영해온 거울을 박살내야 한다.  - P187

그리하여 여성 작가들은 가부장제나 인습을 공공연하게 비판하지 않을 때조차(그리고 우리가 살펴볼 19세기 여성들은 그런 비판을 공공연히 하지도 않았다) 거의 편집증적으로 자신의 감추어진 분노를드러내주는 인물들을 창조했다.  - P188

‘말하지 않는 법을 버리기‘와 같은 매우 결정적인 투쟁을 벌였음에도 예술의 외관 뒤에 숨는다는 것은 여전히 숨기는 것이고 제한받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감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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