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다니고 떠들고 일을 꾸미는 한에서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웠고, 남에게 후하게 베풀라고 명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능했다. 그렇지만 이래라저래라지시하기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돈을 좋아했고, 친지들의 돈을 쓰는 법만큼이나 자기 돈 아끼는 법을 잘 알았다.  - P16

"결혼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이미 결혼한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언니, 여자든 남자든 속지 않고 결혼하는 사람은 백에 하나도 안 될걸요. 어디를 보나 온통 그런사람들뿐인걸요. 사실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세상의 온갖 거래 중 상대방한테는 가장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자기는 가장 부정직하게 나오는 게 결혼이니까요."동 - P68

노리스 부인은 패니에게 애정이 전혀 없었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에드먼드의 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다름 아닌 자기가 세운 것이니만큼 자신의 계획이야말로 최상책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모든 걸 자기가 아주 훌륭하게계획해 놓았으니 어떤 변경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거라고 믿은 것이다.  - P118

옆에서 지켜보는 패니는 얼마나 잘 숨기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없지 않았고, 결국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하기도 했다. - P195

"안할트를 하겠다는 분이 안 나서는 것도 놀랍지는 않네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크로퍼드 양이 말했다. "어밀리아야 당해도 할 말 없지요. 아가씨가 그렇게 기가 세니 남자들이겁을 낼 수밖에요." - P212

자리를 뜨든 말든, 다들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가운데 앉아있든 쓸쓸한 동쪽 방으로 물러나든, 눈여겨볼 사람도 아쉬워할 사람도 없었다. 뭐든 이보다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P234

두 자매는 중대한 기질적 결함이나 견해 차이가 없었던 만큼 서로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는 얼마든지 좋은 사이로 지낼 수있었으나, 이런 시련 앞에서 자비나 공정을 보이거나 명예롭게 처신하거나 동정을 베풀 만한 애정도 원칙도 없었다.  - P238

‘애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시골 생활에 익숙해진 느낌이에요. 일 년에 절반은 시골에서 사는 것도 즐거운, 대단히즐거운 일이겠다 싶네요. 물론 조건이야 있지요. 친지들 한가운데 자리한 적당한 규모의 아름다운 집에서 그들과 끊임없이 모임을 갖고, 그 부근에서 가장 뛰어난 사교 모임을 주도하며 더 부유한 집 마나님들도 능가하는 사교계의 주역으로 칭송을 받고, 그렇게 한바탕 여흥을 즐기다 돌아와서는 최소한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과 정담을 나눌 정도는 돼야지요 - P304

내가 바라는 건 간단해. 그냥 그 아가씨가 나한테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홍조와 아울러 미소도 자주 보여 주고, 어디에서건 옆에앉게 해 주고, 내가 곁에 앉아 말을 걸때마다 생기발랄해지는것,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 내가 즐거워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고, 나를 맨스필드에 더 오래 묶어두려고 애쓰고, 내가 떠날 때 다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으리라생각하면 돼.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 - P334

"에드먼드라・・・・・・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 친구는 (대체로)잘해 주더군. 토머스 경도 자기 나름대로 잘해주지만, 그래봐야 높은 자리에서 어려운 말이나 늘어놓으며 자기 생각만고집하는 부자 이모부 투를 벗어나지 못하지. 토머스 경이나에드먼드가 힘을 합친들 그 사람의 행복과 안락, 명예와 품위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으며 지금 뭘 해 주고 있냐고.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에 비하면 말야." - P430

지금 네 태도를 보니 너도 제멋대로 고집을 부릴 줄 아는구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럴 작정인 모양이고 너를 이끌어 줄 자격이 얼마간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그에 순종할 생각도 없고, 심지어 조언을 구할 생각도없이 말이다. 이런 네 모습은 내가 상상한 것과 너무나, 너무나 다르구나. 이번 일로 네 집안, 네 부모, 네 형제자매한테 미칠 득실은 한순간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게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네가 이렇게 훌륭한 결혼을 한다면 그들이 얼마나기뻐할지, 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 오로지 네 생각만하는 거지.  - P459

패니는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암담했다. 그렇지만 이모부의 노여움을 산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 이기적이고 배은망덕한 아이! 이모부한테 그렇게 보였다니! 이제는 영원히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다.  - P462

"아니다, 얘야. 이런 혼처가 나선 마당에 나 불편한 것쯤이야 무슨 상관이겠니. 네가 크로퍼드 씨처럼 대단한 자산가와결혼만 한다면, 난 너 없이도 잘해 나갈 수 있어. 그리고 명심해라, 패니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혼담이 들어오면 수락하는게 모든 아가씨들의 의무란다." - P480

잠시 애써 마음을 추스른 후 패니가 말했다. "난 여자라면누구나 같은 생각일 줄 알았는데요. 아무리 인기가 많은 남자라도 여자 쪽에서 마다하거나 적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요.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남자라도 어쩌다 마음만 주면 상대편에서는 무조건 좋다고 할 거라는 생각은 곤란하다고 봐요. - P509

이제 피붙이들과 함께하며 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었다. 여태껏 받았던 어떤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을 모든 식구들한테서 받고, 두려워하거나 자제할 필요 없이 애정을 베풀고, 주위 사람들과 대등한 기분을 맛보고, 크로퍼드 남매이야기가 나올 염려도 없고 그들의 일로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온갖 눈총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생각할수록 기쁜 일이었지만, 그런 심정을 다 내놓고 말할 수는없는 노릇이었다. - P533

도 기필코・・・……… 그릇된 삶의 원칙이 문제야, 패니 섬세함이 무뎌지고 정신이 썩고 타락한 게 문제야. 어쩌면 나한테는 잘된일인지도 모르지. 더이상 속을 태울 일도 없을 테니… 하지만 아니야. 그 사람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느니, 그 사람을잃는 고통이 더욱 커진다 해도 기꺼이 그 편을 택할 거야. 그사람한테도 그렇게 말했지." - P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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