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녀가 찍은 사람들과 풍경은 누구라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보아야 한다. 마이어는 탁월한 시선과 완벽한 기술을 겸비한 예술가였다. 그녀는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담았고, 평생 그 일에 몰두했다. 음악가의 수업을 빗대어 말하자면 이론상우리도마이어가 보았던 세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 P9

마이어는 새 카메라를 목에 두르고 도시를 누볐다. 자신이 일하던 집의 모습들도 담았다. 사진에는 아이들, 생일 파티, 다양한 가정 풍경과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자주포즈를 취해주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가장 생기 넘치고 독창적인 작품은 뉴욕의 거리 사진이다. 마이어는 뉴욕 거리에서 도시의 모습과 생활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 도시 특유의 문화를 찍었다. - P15

항상 방심하지 않고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그녀의 직업이었다면 주의 깊게 사진을 들여다보고사람과 공간을 관찰하는 일은 특별하고도 은밀한 즐거움이었다. 마이어를 알았던 사람들이 그녀를 이야기할 때 독특한 차림새나 걸음걸이도 자주 언급하지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그녀의 목에언제나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 P18

을지 우려했다. 1987년 잘만과 카렌 우시스킨의 집에서 일하기 위해 구직 면접을 볼 때 마이어는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인생과 같이 이 집에 들어옵니다. 제 인생은 상자들에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마이어를 고용했고, 마이어가 일을 하기 위해 집에 도착했을 때 부부는 함께 온 200개가넘는 상자에 깜짝놀랐다고 한다. - P22

대다수 사진가들이 안전하게 최상의 사진을 확보하려고 같은 대상을 다양한 구도로 여러 장 찍는 데 반해 마이어는 관심이 있고 눈에 들어온 피사체를 단 한장만 찍었다. 필름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단호한 자신감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덕분에 필름 한통에서 흥미로운 사진들이 차지하는비중이 믿을수 없이 높다. 마이어는 자신이 무엇을하고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26

마이어의 셀프포트레이트는 어디에서 어떻게 자세를 취하고 찍을 것인지를 늘 의식했다는점에서 수행적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계속 찍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의 반복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다. 갔던 장소에 대한 기록일수도 있고 중요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다. 어쩌면 시간을 단호하게 동결시켜버리는 사진의 속성에 기대어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응시하고 바라보는 수단으로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혹,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간헐적이지만 단호하게 세상 속에서의 고독함을 선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누구를 찍었고, 무엇을 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진가임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말하기 위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 P33

마이어의 사진, 필름, 테이프는 세상을 기록하는 행위가 그녀 삶의 중심임을 말해준다. 다양한 기록 저장장치와 특히 사진을 통해 마이어는 자신을 인생의 관찰자 위치에 둘 수 있었다. 마이어의 사진에는 모순을 포용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가까워지고,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P36

그녀의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보는 사진들이 마이어의 의도대로 출력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녀가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보았던 이미지라는 사실이다. 마이어의 작품이 매혹적인 이유는 우리는절대 알지 못할 이유로 스스로 예술가로 존재할 수도 존재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의심할 나위 없이 예술가였던 한여성의 시선으로 보았던 세상을 우리도 똑같이 본다는 점이다. - P41

그녀가 남긴 사진들은 사진이 그녀에게 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준 자의식과 대리 자의식 그리고 유물의 증거이다. 비비안마이어의 사진이 매력적인 것은 우리가 그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진들이 우리에게 예술가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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