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 시장은 개인의 윤리적 원칙과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윤리적·도덕적 원칙을 경제적으로 합리화하.
는 법과 정치, 실천에 의해 작동한다(Brown, 2005; Preda, 2005; Power,
2005), 즉 시장의 도덕화가 목격되는 것이다. 성매매 경제의 작동역시 현재 개인의 규범과 활동 양식을 통치하는 경제적 합리성의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적극적으로 성매매에참여하는 여성들의 경험은 물론, 재편된 성매매 경제와 접면한 비교적 전통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경험 역시 충분히 분석하기 어려울 것이다.  - P32

그러므로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 요인을 소득과 부채의 이분법으로 파악하는 건 결국 이 시대 (매춘) 여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구조적 분석 없이 개별 인물의 교정과 처벌, 혹은 인정만으로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P33

도덕의 회복을 통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기존의 여성주의 전략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이들을 고루한 도덕주의자라고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여성주의가 개인의 도덕적 조정에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의 몸과 노동을 자본축적의 주요한수단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공모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것이다.
- P49

앞서 언급한 페미니스트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노동의 비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노동이 교환되는 비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Fortunati, 1997 [1995) 69), 현재 글로벌자본주의 아래 친밀성의 상품화가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돌봄, 섹스, 가사 노동의 연속선에 자리하는 "친밀한 노동 intimateLabors"이 고용 문제가 될 때 이들의 노동은 노동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미숙련 노동으로 간주된다  - P60

그러므로 성매매에서의 연쇄적 부채 관계‘라는 분석틀을 통해성매매를 ‘불법 경제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인 포주 또는 알선자와의 일대일 대면 관계에서 발생한 예외적 문제로 보는 시각과 성매매를 동등한 경제행위자 간 계약 · 교환의 문제로 보는 시각 모두를극복하고자 한다. - P65

그러나 반성매매 운동이 사회복지 실천으로 한정되는 상황은 비판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문제는 여성 문제가 아니라 다시금 개인의 문제가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졌던 전제들을다시금 질문해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은 이미 알려진 지식 체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조순경, 2000 182). 또한 경험은 이미 해석인 동시에 해석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경합적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나 (Scott, 1991),
- P75

이제 우리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문제를 성매매 여성 개인의 문제, 당사자의 문제를 (포함하되 이를) 넘어, 이 시대 여성들을 수익원으로서 끌어들이는 성매매 산업의 문제, 나아가 자본의 견인력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소득인가 부채인가, 부채가많은가 적은가가 아니라 ‘누가 이 부채를 조절하는가‘, ‘부채를 조절하는 힘은 무엇인가‘이다.
- P109

단순히 사회를 폭력조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 조직폭력배, 성매매 업소, 은행과 여성들 간에 형성된 ‘부채 관계‘를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경제행위로 인정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매춘 여성들의 선불금 차용증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의 근거, 위험 회피의 수단이 되는 현실은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어준다. 따라서 성매매문제를 알선사와 구매자의 문세로만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문제설정이다.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가정된 사회의 구성 양식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단편적인 해법만 제시할 뿐 사회적 의미의 ‘탈성매매‘는 이루어질 수 없다.
- P154

이처럼 현재 부채 경제의 국면에서 성매매를 통한 여성들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고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계산하는 과정은 시중은행에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대출의 근거로 간주된다. 매춘 여성의 몸이 만들어낼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여기 결합된 여성 몸 담보화는 합리적인 경제행위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사법적비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화된 경제에서의 여성 몸 담보화에는 이 같은 법적 장치 외에도 그것을 정당하고 합리적인 실천으로 만드는 다양한 장치와 테크놀로지가 연루되어 있다.  - P173

 여성운동은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하고 실행하는 데 온 힘을 집결하면서 ‘포주‘, 성구매자, 성매매피해자‘ 등의 정체성에 근거한 운동에 천착했고, 그사이 법정에서 포주는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받을권리가 있는 소유자 - 시민, 사업가로 정의되었다. 결국 새로운 법의야심찬 집행에도 성매매 업소는 세금 문제만 정직하게 해결하면31합법적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전도유망한 사업이 되었다.
- P205

이처럼 개인 부채 문제가 여성에게 적용될 때는 성윤리의 문제로번역되면서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이 같은지적에는 여성들의 채무자로서의 역할에 의존해 조직화되고 있는경제의 금융화라는 구조적 차원의 분석이 누락되어 있다. 또한 현재 개인의 주체성을 구성하는 경제적 합리성, 도덕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역시 간과하고 있다.
- P269

동시에 자기 투자 채권은 상품화되어 다른 투자자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연 내가 생산한 잉여가치에 대한 착취가 아니라 내 삶 자체가 이윤의 원천이 되는 수탈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성들에 따른 차별적 가치가 전체 성매매 업소를 작동하는 원리가 되는 상황에서 많은 수수료와 이자를 지불하면서 부채를 차입해 자기 투자를 하는 일은 계속 일어나게 된다. 자기 투자는 자기 삶의안전장치를 스스로 마련하라는 개별화된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것 같지만, 이는 채무자 선체의 삶에 대한 수탈을 통해 이 사회의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매매 산업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기 투자의 회로 속에서 실제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오직 매춘 여성뿐이다.
- P328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자유의 조건들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실천과 다름없었다. 이들은 자신의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로 부채를 사용하며, 여기에 부과되는 이자와 수수료 등의 비용을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내면화하고 있다. 이렇게 성매매 산업이 금융화되면서 산업 구성원에게 신용이 확장된 현실에서 파산은 여성에게 이 모든 현금 흐름을 멈추고 그 바깥에서 자유와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이 획득한 기회와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파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개인이 실제 파산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아니라 이들이 놓인 구조적인 환경을 살펴보았을 때 이들은 파산불가능한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신용 사회‘를 재생산하기 위해, 또한 시신이 신용과 자유를 재생산하기 위해 지금의 현금 흐름을 계속 회전시켜야 한다. 이들에게 파산은 스스로의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이해 추방되는 것이다.
- P384

이런 배경 속에서 성매매 문제는 여성 개인을 탈성매매 여성‘
으로 만들어냄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여성이나간 자리는 현금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다른 여성의 성실한 몸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금융화된 경제를 작동시키는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 일반을 끊임없이 부채의 회로 속으로 포섭하는 자본의 전략을 고려할 때, 구매자와 업주, 알선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만으로 성매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순진하고 협소한 생각이다. 누가 업주이고 알선자인지 구분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신용이 부여되고 있는 현실 체제를 직면하지 않고 이들을 자발적성노동 참여자라고 인식하며 성매매 문제에 대해 단순히 탈규제의해법만을 내놓는 것도 여성들의 몸을 담보화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부채 경제라는 동인을 간과하는 일이다.
- P387

이러한 논의를 경유한다면 이 시대 부채 경제, 금융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문제제기는 단순히 여성들에게 신용이 차별적으로제공되고 있다는 현실 진단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신용을통해 여성들이 자활하여 탈성매매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천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신용은 빈곤한 이들의 몸과 미래의 삶을 수익으로 계산하고 이를 담보 삼아 사회 안에 내재한 불평등을 가리는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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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7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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