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한국인들에게 한은 한번 생기면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슬픔에 빠져 있어야 하는 무엇이 아닌, 맺히면 풀어야하는 것입니다. 한이 풀리면 아주 그냥 기분도 좋고 에너지도 넘치는 감정이 찾아옵니다. 신명이죠.
이것이 옛사람들이 한과 신명을 함께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우리의 예술에는 ‘한과 신명‘이라는 키워드가 항상 함께합니다.
가장 한스러운 춤이라는 살풀이‘는 진행될수록 역동적이고 힘찬춤으로 바뀌어 갑니다. 제목 자체가 살풀이‘ 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P307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변신의 의미를 다른 문화권들의 변신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내면의 악이 자신을 침식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표현한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의 변신과 현실의 내가 아닌더 크고 멋진 내가 되려는 욕망의 표출인 일본의 변신에 비해, 한국의 변신은 다른 존재들도 나처럼 되고 싶을 거라는 생각‘ 에서비롯됩니다.
- P313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편감의 가장큰 원인은 주관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관성이란 경험에서내가 느끼고 받아들인 부분 입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같지 않은 이유죠.
- P318

여기서 사람들의 동기는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됩니다. 벽을더 튼튼히 하고 벽 안에서 살든지 벽 밖으로 나가 괴물들과 맞서든지 말입니다. 두려움이 크고 안전 욕구가 강한 이들의 선택은벽 안입니다. 벽 밖으로 나갔다가 호되게 당한 이들은 아예 벽 안에서만 지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히키코모리가 그들입니다.
일본인들에게 벽은 시멘트와 벽돌로 이루어진 실제의 벽을의미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이러한 벽을느끼는 듯한데요. 혼네와 다테마에로 요약되는 일본인들의 대인관계는 타인과 나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 P341

일본의 변신물에서 주인공이 변신한 대상은 매우 강하거나아름답고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변신한 주인공이 자신의이전 정체성과 새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든 말든, 변신한 모습은 대개 예쁘고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일본 문화는 상당히 경직된 문화입니다. 사회에는 지겨야 할규범들과 해야 할 의무들이 가득하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말할 수 없는 수치를 느껴야 합니다.
- P350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사는 이들은 주어진 일에 충실한, 정해진 일 외에는 생각하기 곤란한 제한적인 자아상을 갖게 될니다.
주의가 타인에게 있으며 타인이 시킨 일을 수동적으로 행하는 자아를 문화심리학에서는 대상적 자기라고 부릅니다. 일본 문화에서 일본인들은 자신은 이러한 존재라는 생각을 지닌 채 거기에서비롯된 욕망과 불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P351

한국인들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적 존재(주체성자기)로서 자신을 규정합니다. 이는 한국 문화의 몇 가지 특성들,
요약하자면 관대한 양육 태도와 거기서 비롯된 자기애적 성향과비현실적일 정도로 높은 자기 가치감 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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