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흑인 여성들한테 일을 한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고, 옛날부터 그래왔어. 일을 계속하는 건 사실은 이중 업무인 것 같아. 오히려 이 가정에서의 권리를 내가 찾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일수 있어. 그리고 이 흑인이라는 영역 안에서 가족은 우리를 단결시키고, 우리의 혈통, 혈족, 문화를 이야기하는 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중요해, 백인들은 가족이 억압이라고 하면서 집에서 다 나가버리라고 하지만, 우리 흑인 여성들에게 가족은 그런 게 아냐. 여기는 우리한테 힘을 주는 곳, 임파워링하는 곳이야. - P307
그러니까 이 차이의 문제라는 건, 남성과 여성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에요. 여성을 섹스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별인 젠더로 이해하고, 이 젠더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 묻기 시작하는 거죠. 젠더를 구성하는 데 인종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인종이 여성이라는 젠더와 맞물려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거죠. 그래서 여성들 간의 차이들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해요. 여성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이고, 여성이라는 말 안에 단수의 여성은 없다는 거죠. - P309
그런데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 끝에 나오는 이 오드리 로드, 흑인 페미니스트들, 다양한 차이들을 이야기하며 ‘여성은 복수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차이는 분열이 아니라 역량, 운동의 역량이다‘라는 거예요. - P312
차이는 분열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차이는 정치의 역량, 힘이라고요. 이게이후의 여성들간의 차이, 그리고 여성 자신의 내부의 차이들을페미니즘 정치의 주요한 주제로 삼는 제3물결 페미니즘을 만들어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 P313
그럴 때 차이의 정치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오히려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다른 비전,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게 정치의 몫이 아닐까. 내가 조금이라도 더 힘을 모아서 권력을 탈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를 질문한다는거예요. - P315
정체성의 정치학은 우리가 같다는 걸계속 확인하는 작업들을 해요. 차이의 정치학은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과제로삼는 거예요. ‘다르다‘라는 건 목소리가 별로 없다는 뜻이에요. 왜? 다르기 때문에.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이 다른 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는 게 정치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차이의 정치학이라는 거예요. - P320
그런데 그것보다는 권력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권력을 생산해내는 것이 차이의 정치의 목표인 거죠.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권좌를 빼앗아오는 것도중요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이 자리가, 이 삶의 자리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그 자체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P321
흔히 차이의 정치학을 분열의 정치라며비난하는데, 정치의 목표가 달라요. 정체성의 정치학은 단결을목표로 하지만, 차이의 정치학은 차이 나는 존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목표예요. 그렇죠? - P327
그런데 차이의 정치학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인정하는 거예요. 우리가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사실을 이해하는 것들이에요. ‘사회적 약자? 내가 왜 사회적 약자야. 나 지금 부자고, 나 지금 멀쩡한데?‘ 하지만 우리는 아주 어린아이로 태어났고, 노인이 되고,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1퍼센트의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불안정한고용 상태에 시달리기도 하죠. - P327
이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죠. ‘누가 연대를 깨는가? 차이를말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차이를 은폐하는 사람인가?‘ 오드리 로드는 이야기해요. 차이를 은폐하는 사람이 연대를 깬다고요. 그리고 그렇게 연대를 깨기 시작하면 우리가 반대하는 사람들을 똑같이 닮아가는 것이라고 해요. - P336
‘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꾸면서 표면에 흠집 내기‘ 이건 누군가를 성가시게 하려는 태도가 아니에요. 누구군가를 괴롭히는 태도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자기의 두려움을 떨치고 삶을 끝까지살아내려는 몸부림인 거죠. - P339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사회일수록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여성들이 말할 권리를 박탈해요. 가부장제가 섹슈얼리티를 정의하고 사용하고 누릴 권리를 독점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섹슈얼리티 해방, 성해방이라는 게 아무하고나 자고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섹슈얼리티를 단속하는 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섹슈얼리티의 억압이라는 건 섹슈얼리티를 생식으로만 결정시키면서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막고 왜곡하고 타락시킨다는 것을 뜻한다는거예요. - P347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의 특징은 어떤 건가요? 어떤 성애적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자율성을 우선 포획해요. 뭐냐면, 포르노그래피의 핵심은성애적 행위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런 행위를 특정한 응시와 시선에 포박시키고 그 응시의 보편과 일관성 속에서 기호로 읽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성애적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행위를 일반화하고 보편화하고 응시화하면서 대상화시켜버리는것, 그게 정말 문제가 되는 거죠. - P350
우리가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삶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기쁨을 향유할 방식이나 기쁨을 향유하고 기쁨을 받아들이는 것들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죠. 우리는고통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기쁨을 느끼는 데에는 아주 인색해요. 성애는 바로 고통만이 아니라, 기쁨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향유하는 능력이라는 거죠. 이게 얼마나 커다란 능력이에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사실상 성애는 자기 자신이 삶과 온전히 합치되는 경험이자 삶의 활력이라는 거예요. - P354
그래서 로드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를 성찰하지 않으면서, 또 가난한 여성, 흑인여성과 제3세계 여성, 레즈비언 여성들의 중요한 이야기를 외면하면서, 페미니즘 이론을 논한다는건 오만한 탁상공론에 불과한 일이 될 것입니다." - P359
평등하다는 건, 평등의아젠다에 참여할 수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 무엇이 어떻게 평등해야 하는지 그 내용들을 정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그들이 이미정해놓은 평등의 내용이 있잖아요. ‘인간인 우리에게 평등이라는것은 이런 것이다. 여기에 단순히 참여해서 그걸 쟁취하는 게 평등의 의미가 아니라는 거예요. - P3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