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기사 가치에 따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비용을청구하고 싶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 하는 시대가올 것이다. 그것은 언론사나 그에 속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저널리즘을 ‘정치운동‘과 맞바꾸어 편 가르기에 몰두하거나, 혹은 ‘끝없는 상업성에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아는 정론 에복무하는 것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 시대가 온다고어떻게 장담하느냐고? 그러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합리적 시민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다음은 정말 암흑이다.
이 책이 주로 다룬 것은 저널리즘의 한 방법론으로서의 ‘어젠다 키핑 (Agenda Keeping)이다. - P9

삼성 문건을 보도한 날, 뉴스제작부의 기자 이세영이 늦은 저녁 자리에서 내게 말했다.

"선배,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마십쇼.."

그에게 내가 뭐라 대답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변한다는 건 그때까지의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인데 그게 어디쉬운 일인가. 나는 변한 다음 비난받는 것이 무서워서라도 잘 못 변한다.
- P27

그마저 철수하면 가족들이 너무 고립된 느낌이 들 것같아서 도저히 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목포신항을 떠난날도, 마지막 실종자 가족들이 세월호 곁을 떠나고 이틀 뒤였다.
그 여덟달 가까운 기간 동안 기자들은 현장에서 100건이 훨씬 넘는 리포트를 보내왔다. 현장에서의 마지막 리포트는 공중에서 촬영한 세월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해서 팽목항에서의 287일, 목포신항에서의 234일, 모두521일간의, 아마도 전무후무할 현장 체류가 막을 내렸다. 그 시간들은 언론이 왜 존재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게 했던 시간들이었다.
또한 언론이 단지 뉴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이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기도 했다. 굳이 어젠다 키핑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좀더 많이 부끄러웠을 것 같다.
- P70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이 비극은 한국의 현대사를 바꿔놓은 분수령이 있다. 그 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권의 부침沈)은 사실 한 장면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정권의 패망과 또 다른 정권의 출현은 단지 그 흐름 속의 필연적인 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 P90

요즘도 회사 앞에서는 시위가 벌어진다. 태블릿PC는 조작됐다는 것이다. 무려 5년이 지나도록 저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 말한 대로이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그들은적어도 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어리울 것이다. 즉, 이제는 ‘태블릿PC 조작설‘이 그들만의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다.
- P144

그럼에도 평자들이 또다시 우리의 ‘태생적 숙명‘에 대해 논하려 한다면 굳이 논쟁하지 않겠다. 수많은 논쟁의 가운데 있어본 경험에 따르자면 때로 ‘현실은 버라이어티하고, 논쟁은 앙상하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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