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젊은 시인들의 영원한 테마인 자연을 묘사하고있었는데, 초록빛의 섬세한 농도를 정확히 표현하고자 그는 사물그 자체를 관찰했는데(이 점에서는 그는 누구보다도 대담했다),
그것은 마침 창 밑에서 자라고 있던 월계수 덤불이었다. 보고 나서는 물론 더 이상 그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자연 속의 녹색과 문학 속의 녹색은 별개의 것이다. 자연과 문학은 선천적으로 상극인 것 같다. 둘을 함께 있게 하면 그들은 서로를 찢어발겨 놓는다.
- P17

올랜도가 지금 본 초록색의 명암은 그의 시의 운과 박자를 망쳐놓았다. 게다가 자연은 나름대로의 책략을 가지고 있다. 일단 창밖 꽃들 사이에 있는 벌들, 하품하는 개, 지는 해를 바라보게 되면, 또 "몇 번이나 더 저 노을을 보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이 생각은 너무도 잘 알려진 것이라 여기 적을 가치도 없지만)우리는 펜을 내려놓고, 외투를 들고, 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다가, 페인트칠을 한 서랍 상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 따위가생긴다. 왜냐하면 올랜도는 약간 굼뜬 편이었으니까.
- P18

여자였다. 올랜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몸이 떨렸다. 몸이 뜨거워지더니, 오한이 왔다. 여름 대기 중으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도토리를 밟아 으깨고 싶었고, 자작나무와 참나무를 끌어안고 싶었다.  - P36

말에서 뛰어내리자, 격노한 올랜도는 마치 홍수를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무릎까지 물이 차는 곳까지 들어가서, 그는 지금까지 세상의 여자에게 퍼부었던 있는 욕이란욕은 모조리 이 배신한 여인에게 퍼부었다. 그는 그녀를 배신자,
변덕쟁이, 바람둥이, 악마, 간음녀, 사기꾼, 등등으로 불러댔다.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그가 하는 말을 집어삼키고, 그의 발치에 부서진 옹기 하나와 지푸라기 하나를 던져 놓았다.
- P59

저런 훌륭한 신사에게 책 따위는 필요가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책은 그가 아니고 반신불수 환자나 죽어가는 사람들이나 읽게 하라고 그들은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 P68

일단 독서병에 걸리면, 몸의 기관이 약해져서 쉽사리 다른 재앙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잉크 방 안에 숨어 있고, 깃털 펜 속에서 높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병자는 글을 쓰기 시각한다. 이것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가 새는 지붕 아래 놓인 의자 하나와 테이블뿐이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가난뱅이에게도 문제려니와집이 있고, 가축이 있고, 하녀들이 있고, 나귀들과 리넨이 있으면서 글을 쓰는 부자의 경우에는 그 입장은 참으로 딱하다. 이런 물건들을 즐길 수 없다. 그는 온몸에 뜨거운 인두질을 당하고, 해충에게 물리게 된다. 그는 작은 책 하나를 쓰고 유명해지기 위해 전재산을 탕진한다(그만큼 이 해충은 질이 나쁘다). 그러나 페루의금을 모조리 다 쓴다고 해도, 그는 한 줄의 멋진 표현이라는 보석을 살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탈진해서 병이 들고, 권총으로 뇌를날려버리거나, 절망 끝에 얼굴을 벽으로 향한다. 어떤 자세를 하고 있었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죽음의 문을 지나 지옥의 불길에 태워진 뒤니까.
- P69

어머니에게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출판한다는 것은 귀족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치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70

그런데 그는 왜 그들보다 앞서려고 했던 것일까? 지금은 사라진 무명의 사람들이 힘들여 이루어 놓은 창조물을 능가하려고 애쓰는 것은 극도로 허망하고 교만하게 보였다. 유성처럼 빛나고,
먼지 하나 남기지 않는 것보다 무명인채로 살고, 뒤에 아치 문 하나 남기거나, 헛간을 하나 남기거나, 복숭아가 영그는 담 하나를남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는 발아래 잔디밭에 자리 잡고 있는 집을 내려다보면서, 결국 저기 살았던 무명의 영주와 귀부인들은 자손들을 위해, 비가 샐지도 모를 지붕을 위해, 쓰러질지도모를 나무를 위해 뭔가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부엌에는 늘 나이 든 양치기를 위한 따뜻한 모퉁이가 마련돼 있었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는 언제나 먹을 것이있었다. 그들의 술잔은 그들이 병들어 누워 있을 때도 반들거리게 닦여 있었고, 그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에도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 P96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도 좋을 것 같은데, ‘사랑‘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하나는 희고 다른 하나는 까맣다. 사랑‘은 몸도 두 개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는 매끄럽고, 다른 하나는 털투성이다. 또 손도 둘이고, 발도 둘이고, 발톱도 둘이다. 사실 모든 기관이 둘이고, 각각은 정확하게 상대방의 정반대이다. 그러나 철저하게 연결돼 있어,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이번 경우, 올랜도의사랑이 흰 얼굴을 그에게 향하고, 매끈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전면에 내놓고 그에게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의향기를 앞세우고 점점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다 갑자기(아마 대공부인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몸을 돌려 반대방향을 향하더니, 검고 털투성이의 야성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그의 어깨 위에 펄썩 주저앉은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은 ‘사랑의 극락조‘가 아니라 ‘탐욕의 독수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뛰쳐나갔던 것이고, 그래서 하인을 오게 했던 것이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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