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틀 『이브닝 포스트』의 특별판‘에는 관람객들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를보여주는 지도가 실렸다. 심지어 우루과이에서 온 관람객도 있었다. 하지만 관람객대다수가 전에는, 혹은 오랫동안 미술관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할것이다. 뱅크시는 새로운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통계라는 수단으로 관람객들을분류하면 대다수는 ‘부유한 성취자‘, ‘도시의 자산가‘, ‘편안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더할 나위 없이 대중적이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이런 전시조차 뱅크시가바랐을 법한 관람객들에게는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 P125

그의 작업이 알아보기 쉽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것은 뱅크시를 짜증나게 하는 게틀림없다. 당시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평소의 삐딱한 스타일을 잡간접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많은 비평가들이 이린 종류의 예술을 좋아하지않는 건 검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설명하거나 맥락에 끼워 넣을 필요가 없는작품은 그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을 테니까요. 애초에 나는 이해하기가 나무 쉽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 P127

프로그램의 첫 페이지에서 뱅크시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인용하며,
디즈멀랜드가 ‘흔한 사탕발림의 판타지랜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가족 나들이‘를제공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 어리벙벙한 놀이공원은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미안해.
의미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불의에 대해… 동화는 끝났어, 세계는 기재앙을 향해 넋을 놓고 걸어 들어가고 있어, 어찌면 현실 도피밖에 답이 없을지도 몰라.‘
- P131

하지만 놀이터를 장악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든 이는 이 놀이터의 왕자인뱅크시 자신이었다. 주차금지 표시인 듯싶은 게시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재앙이될 가능성이 없다면 예술이 아니다. 그리고 디즈멀랜드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1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극비리에 지어졌는데, 뭘 짓고 있느냐고묻는 사람들에게는 ‘그레이 폭스Grey Fons‘라는 영화를 촬영할 세트라고 둘러댔다. 아무튼뱅크시는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여러분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말이다.
- P134

실수가거의 없는 이 팀이 그리도 숨기려는 것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뱅크시의 정체성이아니라, 여러모로 아웃사이더가 이제는 인사이더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뱅크시 팀은필사적으로 이를 수호해왔다.
- P173

뱅크시의 주장은 분명하다. 그가 그림을그리기로 선택한 맥락은 아주 중요하다. 맥락 또한 작품의 일부다. 작품을 맥락에서떼어낸다는 건 원작을 파괴하는 짓이다. 그는 벽에서 떼어낸 자신의 그림은 어떤 것도인증하지 않았다(하지만 드물게 예외를 두었는데, 판매 수익금이 자선단체에 기부되는경우였다).
- P177

붓을 놓았을 때 그림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어요. 오히려그림은 그때부터 시작되죠. 대중의 반응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요. 예술이란 사람들의논쟁 속에 살아나는 겁니다.‘
- P184

하지만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이 놓인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말이 무슨의미인지는 명확하다. 뱅크시가 2012년 5월 런던 북부 우드그린에 있는 파운드랜드매장 벽에 노예 노동을 그려 넣자 곧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걸 보고 감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 축전을 위해 재봉틀 앞에 웅크리고 앉아 만국기를만드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딱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런던의 지저분한 구석.
대부분 저임금 국가에서 수입된 값싼 물건들을 파는 가게 옆이다. 이 그림을 보러 온사람들 대부분은 미술관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모두들 소핑하던중에 한숨 돌리며 중요한 예술작품을 보고 즐겼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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