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문명을 해석하고 판단할 것인가. 첫 번째 기준은 인간과 동식물의 자유다. 문명의 궁극적 목표는 이 자유의 질과양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그것이 스스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자유의 정반대에 노예가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공적인 재산을 향한 존중이다. 공적인 재산을 합의 없이 파괴하는 것을 독재라고 부른다.
- P22

여기에는 경제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이 다 들어 있다. 공적인 재산을가장 높은 차원에서 존중하는 것이 바로 공유다. 세 번째는 나와 다른 이에게 베푸는 인정, 또는 환대다. 우리 집단과 생각이나 문화가다른 사람에게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작게는 타인의일상을 해치고 크게는 전쟁이 벌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상 존재한 수많은 제국이 끝내 깨달은 포용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지구의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자전과 공전을 하기에 모든 인간 삶의 조건은다르다. 다르다는 것이 폭력의 빌미가 된다면 인류가 미증유의 파괴력을 갖춘 오늘날, 오래지 않아 우리는 자멸할 것이다.
- P23

이렇듯 여신의 세계상은 삼라만상의 연결 고리를 섬세하게 끌어안기에,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이고 직관적이며 심원하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걸으며, 태곳적에 제우스를 낳았겠지만, 거꾸로 그의 머리에서 태어난 ‘처녀‘ 아테네Athéné를 떠올린다. 그리스인들은 여신을 죽일 수 없었다. 태초부터 여신은 언제나 황소의 정수리에서 스스로 태어났다. 제우스가 바로 황소 아닌가.  - P42

폭력의 심화와 여신의 쇠퇴는 유목문명의 발생보다 더 큰 세계사적 맥락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바로 폭력적인 위계 체제, 곧 국가의 탄생이다.
- P49

정주문명의 여신 살해는 철저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노스Minos왕의 황소는 여신 자체다. 그런데 그리스 본토에서 온 정복자 미케네Mvcenae 인들이 퍼뜨린 이야기에서, 반인반우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포세이돈Poseidon의 저주 때문에 왕비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로전락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노스 왕이 자신들의 여신(미노타우로스)을 내놓지 않자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 Theseus는 여신의 집(미로)으로 쳐들어가 기어이 여신을 살해한다.  - P54

백인들의 삶은 노예의 것이다. 그들은 마을이나 농장에 갇힌 사람들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다. 집이든 철도든 옷이든 음식이든, 나는 백인들이 가진 것 중에 트인 벌판을 옮겨 다니며 나름의 방식대로사는 우리의 권리만큼 좋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왜 당신들의 병사에게 피를 흘려야 하는가?"
- P65

그렇게 역사의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말 탄 사낭꾼들은 훨씬 수월하게 짐승들을 볼 수 있었고, 더 큰 규모로 협동할 수 있었다. 최초의기승용 말은 자신의 후손들이 맞을 운명을 몰랐을 테지만, 최초의 기마인도 자신의 행위가 몰고 올 파장을 몰랐을 것이다. 이제 말 탄 인간은 명백한 벡터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말 덕에 시공간은 측량 가능한 단위로 바뀌고, 초원의 세력은 멀리 퍼져나간다. 말은 인간을태우고, 수레를 끌고, 젖과 고기와 가죽과 뼈와 밧줄을 제공한다. 심지어 말의 똥도 연료로 사용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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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05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원국 저자의 ‘춘추전국이야기‘ 열한 권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거 다 읽기 전엔 또 못 사요;;;;;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건 괜찮겠지요? 이 책 정말 재미있어 보여요.

바람돌이 2021-11-05 09:11   좋아요 1 | URL
유목민족이나 문화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쪽에서는 워낙에 없는 편이라 관심이 훅 가서 읽고 있는데요. 일단 서문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대담합니다. 책에 대한 기대를 확 올리네요. 지금 90페이지쯤 읽었는데 아직 본론은 본격적인 유목문화를 들어가기 전이라 그런지 책을 판단하기는 모자라네요. 주말에 열심히 읽어보고 리뷰도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