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레바논이 전쟁 중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군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난 최소한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있는 겁니다. 의사니까요." - P35

하지만 이 마드라사에 있는 학생들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자란단다. 다섯 살 무렵에 이곳으로 와서 이슬람 교리와 미국에 대한 적개심만을 배우지. 이 학생들이 자라면 국경 지대나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탈레반 주축 세력이 되는 거야.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전쟁고아가 되었을까? 이들이 전쟁고아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과격한 탈레반이 되지도 않았을 테지. 이 학교에서 새로 배출되는탈레반은 영화 〈괴물〉에 나오는 돌연변이 괴물처럼 미국이 만든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P66

체첸의 독립으로 막대한 석유 이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것을 눈감아주었단다. 그 대신 "체첸의 반군 지도자가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돼 있다"며 체첸을 탄압하는 데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 냈어.
이로써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러시아군은 거리낌 없이 체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냉전 시대에 라이벌이던 미국과러시아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것은 중동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란다.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인권 탄압을 외면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야. - P116

체첸이 다시 세상에 등장한 건 2012년부터야. 시리아에 내전이 벌어졌는데 그 혼란을 틈타 IS(이슬람국가)라는 무장 조직이 이곳에 들어간 거야. IS는 처음에 시리아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하더니 자꾸 외국인 전사들을 불러 모았어. 그중에 체첸 전사들이 가장 먼저 IS와 시리아로 들어왔단다. 체첸 사람들은 키도 크고 얼굴도 강인하게 생겨서 아랍 사람들과는 외모가 많이 다르단다.
체첸 전사들은 그동안 러시아와 싸우며 길러 온 전쟁 기술을 선보이며 IS 전투의 최전선에 등장했지. 우리가 들어 본 IS의 잔인한 수법은 거의가 체첸 전사들이 IS에게 전해 준 거야. 인질 참수나 잔인하게 사람 죽이는 방법 등으로 체첸 전사들은 다시 유명해졌어. 체첸 전쟁은 시간이 흐르며 이렇게 괴물을 만들어 낸 거야 - P123

지금 나는 안전한 나라에 사니까 나하고 상관없다고 언제까지장담하지는 못해, 시리아 사람들도 체첸 전사들이 자기네 나라분쟁에 와서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
면 체첸 전쟁을 남의 나라 일로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어. 지금 시리아 전쟁은 다시 그 불똥이 유럽으로까지 튀고 있어. 유럽의 난민 문제를 불러오거나 IS 테러의온상이 되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단다. 우리가 다른 나라 분쟁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이유는 전쟁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슬픈 비극이 자꾸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잖아. 괴물이 된 체첸을 보며 엄마는 그 교훈을 깊이 새기게 되었어. 이제 또 다른 괴물이 안 나오게 우리가 다른 세상 소식에 관심을 좀 더 가져 보자.
- P124

침묵하면 때론 공범이 될 수도 있어. 나는 그 죽음에 대한 침묵이 후세인의 만행에 동의한 것이나다름없다고 생각한단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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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

바람돌이 2021-08-26 15:34   좋아요 2 | URL
저는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이 책을 알게 돼서 읽고 있어요. 저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얘기해준다고 생각하고 썼는데 쉽게 정리를 굉장히 잘하셨어요. 지금 재밌게는 보고 있는데 문제는 맘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도 저자의 말처럼 침묵이 범죄의 공범이므로 열심히 읽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