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오쿠다 히데오가 책을 냈다.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한 때 열광적으로 좋아했건 작가여서 내심 반갑다.

1권을 다 읽었는데 아직 오쿠다 히데오답다는 생각은 안든다. 기존의 책들과 스타일이 좀 많이 다르다.
또한 1권 끝에 가서도 아직도 진짜 사건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랄까?

조선인이라서 경찰에 살해당했다고 어머니는 소리를 높이며 울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미키코도 슬픔에 잠겼지만, 솔직히 말해 조금은 안심하는 부분도 있었다. 아버지가 야쿠자라면 앞으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키코는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아울러 미키코(三子)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준 것인데,
‘미키‘만 가타카나인 것은 구청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할 때 미키코(美紀子)라는 한자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다닐 때 어머니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미키코는 진심으로한심해졌다. 아버지는 쇼와(1926년~1989년에 해당하는 일본 연호)시대 초에 제주도에서 건너온 재일조선인 1 세로, 말하는 일본어도 어설펐다.
- P93

전부 떨어진 것은 자신이 조선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를조사하면 취직은 지난한 일이다. 무엇을 위해 일본으로 귀화했고 추산1급과 부기2급 자격증을 땄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미키코는 슬퍼졌다. 어머니는 "미안해, 부모가 이 모양이라서"
하고 울었다. 어머니는 늘 목소리를 높이며 운다.
결국 어디에도 취직하지 못하고 가업을 돕게 되었다. 그래도 산야를 떠날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혼자 세무사 자격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다. 국가자격이므로 차별하고 싶어도할 수 없다.
- P95

신청하고 나서 3년이나 기다려야 했던 것은 아버지가 야쿠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친척, 이웃과의 교제, 학교 등 하나에서열까지 조사하고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서류를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끈기에 져서 포기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를 안달하게 했다. 어머니가 몇 번이나 공무원과 싸웠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보다 못한 미키코가 고등학생이었지만 창구로갔을 정도였다.
- P318

드디어 모든 서류가 갖춰지고 법무국에 세 식구가 갔을 때의 일은 지금도 꿈에 나타나면 가위에 눌린다. 무표정한 공무원은 미키코 가족을 힐끗 보고는 어두운 방으로 데려가 거기서 양손의 모든 손가락 지문을 채취했다. 세 명 모두 까만 잉크가 손가락에 덕지덕지 묻은 채 복도로 나오자, 직원이나 방문자가 일제히 쳐다보며 까만 손과 얼굴을 비교해보고는 아,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키코는 분해서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은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졌다. 세면실에서 손을 씻었지만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으므로 세 사람 모두 손을 꽉 진 채 노면전차에 흔들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굴욕이란 이런 감정을 이르는 말이구나, 하고 미키코는 생각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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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4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이 한 마디로 급 관심 가네요.

바람돌이 2021-08-15 00:32   좋아요 0 | URL
책 속 주요등장인물 중 조선인 가족 얘기가 나와요. 재일 조선인의 처지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