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2권 시작.

시월의 말 3권쯤에서나 카이사르의 죽음이 나올거라고 예상했는데 2권 중반 카이사르를 살해하기 위한 음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권 3분의 2지점에서 카이사르가 죽는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한항 그 음모가 만들어지는 중!

카이사르가 왜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를 고민해보면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가 로마의 기존의 귀족들의 권한을 제한하려 했던 것이다.
제5부 카이사르 편에서 카이사르가 결정적으로 보니파(공화파라기 보다는 사실상 귀족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이들)에게 공격당하는 계기는 도시 로마 외에 이탈리아 지역의 사람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제국은 점점 커져가지, 시민으로 이루어진 군대의 크기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카이사르의 생각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줌으로써 군대를 강화하고 지역의 반란을 방비하고, 로마 내에서는 하층민 중에서도 출세의 길을 열어주는 등 혁신적인 정책을 입안한다. 
그것은 모스 마이오룸이라 불리는 로마 공화정의 전통(로마 공화정은 귀족공화정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공화정과는 다르다) - 귀족으로 이루어진 원로원 중심의 지배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었다.
이제 내전의 승리로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쥔 카이사르는 거칠 것 없이 개혁을 진행해 나간다.
귀족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전까지 일으키지만, 어쨌든 그들은 또 귀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살인이라는 사적인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하지는 않으려했다.
하지만 이제 로마에는 그런 대형 정적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남은 찌꺼지 귀족들, 카이사르에게 사적인 원한을 가진 이들이 뭉치고 공개적으로 카이사를 비판할 능력도 생각도 기회도 없는 그들은 사적인 살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거인의 몰락이라는 소제목 그대로 로마의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했던 거인의 침몰이다.
카이사르라는 인물은 어쨌든 엄청나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키케로가 죽은 카토를 기리며 카이사르를 까는 글을 출판하자, 분개한 카이사르는 그에 대한 반박글을 출판하는데 이건 뭐 지금이라면 3류 찌라시류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면서 대응하는데 그 문체가 너무나도 유려하였다니 참 카이사르는 재주도 많지.....

로마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옥타비아누스(이후 아우구스투수)의 말에서 당시 여성들의 지위를 잘 알 수 있다.
가정에서 여성은 어떤 결정권도 없이 가장의 결정을 따르고 순종해야 하는 존재다. 
비록 그 가장이 이제 막 미성년을 벗어난 남동생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여성들 중에 그러한 풍조에서 벗어나고, 저항하는 여성들은 정말 많다.
대표적인 여성이 카이사르의 어머니인 아우렐리아인데, 이분은 워낙에 반듯하고 지혜롭고 엄격한 분이어서 딱히 재미있는 얘기는 없다.
특히 관심이 가는 여성은 카이사르의 정부였던 세르빌리아다.(부르투스 너마저라는 말의 그 부르투스의 어머니이다. 이 여성의 셋째 딸의 카이사르의 아이로 알려져있다)
가장 오랫동안 카이사르의 애인이었지만 결혼에는 실패했지만 굉장히 독립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면서 재산을 관리하는 능력까지 뛰어난 여성이다. 
성격도 장난 아닌지라 아들 부르투스가 얌전하고 결없는 아내와 이혼하자 마자 세르빌리아가 그렇게 싫어하는 카토의 딸과 재혼해버린다.
신혼 첫날 아들과 새며느리가 있는 집에 들이닥친 세르빌리아는 바로 새며느리인 포르키아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자근자근 밟으면서 욕을 해대는데, 포르키아 역시 만만찮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로마인들은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까지 자기 감정에 굉장히 솔직하고 그것을 온갖 욕설로 표현한느데 정말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금기시되기 이전의 사람들의 모습이 어땠을지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이죠. 아저씨, 저는 누나를 무척 사랑하지만, 우리는 집안 여자들에게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서 집안 남자들의 경력 강화를 도와야 함을 이패히키려고 애쓰죠. 옥타비아 누나는 부족함없이 자랐습니다. 가장 비싼 옷을 입고 키케로만큼이나 교육을 받았죠. 누나는 그런 안락함과 특권의 대가가 순종임을 알고 있습니다." - P24

 "다시 묻습니다. 대체 어떤 영광입니까? 그런 영광은 없습니다!
성마르고 완강하고 자만하는, 자기네 특권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된 소수의 사람들만 있을 뿐이죠. 속주 총독으로 파견되어 그곳을 약탈할 특권, 사업 동료들에게 속주로 가서 그곳을 약탈할 기회를 부여하는 특권, 몇몇을 위해 어떤 법을 제정하고 다른 몇몇을 위해 다른 법을 제정하는 특권, 그저 명문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능력자를 관직에 앉히는 특권, 절박하게 필요한 법들을 투표로 파기하는 특권, 작은 도시국가에나 적절하고 세계적인 제국에는 부적절한 모스 마이오룸을 보존하는 특권."
- P42

"여러분이 비롯된 18개 백인조에만 모든 로마의 부와 특권이 머물거라고 믿는다면, 여러분이 주제를 알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우리사회를 재구성하여 부를 더 평등하게 분배할 생각입니다. 3계급과 4계급의 성장을 장려하는 법을 만들고, 최하층민들이 더 높은 계급으로 오를 수 있는 곳들로 이주하도록 장려하이 그들의 처지를 개선할 것입니다. 또한 무상 곡물 분배를 위한 수입 조사를 실시하여 곡물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무상 곡물을 받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현재 무상 곡물 수급자는 30만 명에 달합니다. 그 숫자를 하루아침에 반으로 줄일것입니다. 또한 무상 곡물로 이익을 보려고 노예들을 해방시키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 어떻게 그리할 거냐고요? 11월에 새로운 인구조사를 실시할 겁니다..... - P42

 보복을 가하기 위해 굳이 로마의 왕이 될 필요는 없었다. 로마의 독재관인 것만으로 충분했다.
분노는 식진 않았으나 냉정한 결심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카이사르는 키케로의 『카토 에 대한 반박문을 쓰기 시작했다. 키케로의 주장을조목조목 짚어가며 논리를 완전히 뒤엎을 참이었다. 키케로가 이 산문을 읽으면 자신의 부족한 재능이 부끄러워지리라, 『카토는 그냥 무시해선 안 될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카이사르를 그 어떤 그리스 폭군보다도 더한 악한으로 여기게 될 터였다. 하지만 이것은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으로 쓴 쓰레기 글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반드시 응답해야했다. - P104

넌 제명에 못 죽어, 포르키아!" 세르빌리아가 악을 썼다.
"난 당신이 하나도 안 무서워요!" 포르키아가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말했다. "당신은 늘 허세뿐이니까요!"
"허세가 아니야! 나는 리비우스 드루수스 가문에서 살아남았어. 날감싸주는 사람도,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도 없었지. 하지만 네년의 아비는 그리 말 못할 게다. 그놈은 우리 카이피오에게 찰싹 들러본어 자랐으니까. 포르키아, 네년 할아비는 내 어머니와 간동을 저질렀어.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도덕을 들먹일 생각은 하지 마! 최소한 내가 간통한 남자는 로마의 왕이 될 피를 타고난 사내였어. 하지만 카토라는개똥같은 이름에 그런 수식어를 붙일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나는 자식낳을 생각 따윈 하지도 마. 브루투스와 네년이 만들 그 쥐새끼들은 젖을 떼기도 전에 뒈져버릴 테니까!"
"협박, 순 말뿐인 협박! 당신은 갈대처럼 속이 빈 여자예요, 세르빌리아!"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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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09 0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고로 무장은 무식하다는 편견을
깨준 이가 바로 만기만성형 천재
였던 카이사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의 수구적
행태는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
는 개혁을 시도하면, 다수의 이익이
되는 개혁에 저항을 시도하니 말입
니다.

바람돌이 2021-08-10 00:19   좋아요 0 | URL
카이사르 정말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로마시대가 워낙에 지금의 사고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의 여성관 같은 것은 뜨악스럽지만 진짜 정치력과 군사적 능력에 사람들을 후리는 능력까지! 심지어 문필가, 연설가로서도 뛰어났다니요. ㅎㅎ 이 책 그런 카이사르의 매력이 정말 여지없이 드러나네요. 동시에 기득권을 침해당하는 세력이 얼마나 치졸해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보면 오늘날과도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