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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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였지?
내가 여자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억울했던 날들이....
생각해보면 뭐 그리 심각한 차별을 받은것도, 그렇다고 여자이기에 아주 억울한 대우를 받은게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짓누르던 피해의식들.
그때 아마도 난 그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피해의식이라고 규정지었던 것 같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차별들과 여자니까 하는 읊조림들.
또 언제인지 모르겟다. 
그런 피해의식에 대해서 무감해지기 시작한게 언제인지....

처음 근무했던 학교가 실업계였다.
정식 교사는 아니고 기간제였었는데 하루는 희안한 풍경을 봤었다.
고등학교 여학생들 진학상담을 하면서 담임선생님이 성적이나 적성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습.
"너 왠만하면 안경벗고 렌즈 좀 끼는게 어떻겠니?"
"살 좀 빼야지 너 이러면 취직 못한다."
인문계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나와서 시험쳐서 발령대기중이던 내가 모르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담임선생님을 비판하라고?
아니 나는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게 현실이었으니까...
내가 시험성적으로 취직하는데가 아니었다면 과연 취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실업계 남자고등학생들의 취업상담도 저런식일까?
모르긴 몰라도 상담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런 외모에 대한 코치로 이어지진 않을거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아니 이 세계 전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도 대부분은 비슷할 터 이런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건 하고싶은 얘기가 퍽이나 많다는 얘기일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유난히 여자라서 하면 안된다고 규정지어진 얘기들도 많다는 것.
나는 죽어라고 아픈데 내가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입다물어야 된다는 강박증을 강요하는 사회.

대부분의 많은 문제들이 하소연하고 털어놓는것, 그리고 공감의 따뜻한 위로로 인해 마음의 멍울이 다소라도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다로 풉시다라는 TV코너도 생긴거 아닌가?
그래 나의 문제를  지금 당장 풀어달라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주고 다독거려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나마 주위에서 그런 공간 그런 사람을 쉽게 만날수 있다면 이런 언니네 방같은 사이버공간까지는 찾아들지 않으리라.....
언니네 방은 그래서 위로받고 공감하고 싶은 언니들의 최소한의 숨구멍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최대가 아니라 최소라는 것이다.
아직도 최소밖에는 허용하지 못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는건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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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9-0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