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모차르트의 오페라에는 보수성과 급진성이 혼재한다. 무수한 여인들을 농락하다가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 전설적 호색한을 그린 <돈 조반니>가 대표적이다. 기독교적 윤리관에서는 참회를거부한 죄인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최후의 심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돈 조반니는 당대의 도덕과 가치관에 거스르는 반反영웅으로 재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악인에 대한 심판이라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중시했다면, 주어진 운명에 대한 주인공의 반항과 거부로 강조점이 옮겨간 것이다.
최근에는 성적 충동과 폭력성 등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초점을 맞춘 심리적 해석도 늘고 있다. 이처럼 어제의 고전에 붙어 있는 묵은 때를 벗겨내는 순간, 작품속의 날카로운 급진성이 되살아난다는 점이야말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매력이다. - P240

음악학자 랜던은 "모차르트의 삶에서 상류시민 사회와 쉬카네더의 극장이 서서히 궁정 오페라와 귀족의 살롱과 자리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실제 개막 이후 <마술피리)는 1년간 100여 차례 공연할 만큼 인기몰이를 했다.
- P262

궁정 귀족 사회에서 음악가는 요리사나 시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음아가를 독립적 예술가로 존중하는 시민 사회는 아직 멩아 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는 관객들을 위한 연주회나 인세를 지급하는 악보 출판사도 막 생겨나기 시작한 단계였다. 작곡가들이 홀로 서기 위한 물질적 기반은 취약했다.
- P271

흥미롭고도 비극적인 점은 모차르트가 자신의 운명을 인지하지못했다는 사실이다. 음악학자이자 작가 힐데스하이머는 모차르트가 "늦게까지 (너무나 늦게까지)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의 고독은 가장 깊고 은밀한 고독이었고, 삶의 마지막 몇 달 전까지는 의식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선후배 작곡가와 비교해도 모차르트의 삶은 차이가 있다. 선배하이든의 삶은 평생 에스테르하지 궁정에서 봉직하다가 말년에 영국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유쾌한 희극이었다. 후배 베토벤은 치명적인 청력 상실의 고통 속에서도 불멸의 걸작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장엄하고 영웅적인 비극이었다. 모차르트는 빈에서 음악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성공하리라는 낙관적인 믿음을 버리지않았다. 그 가운데 음악적 성공이라는 절반만 실현됐다는 점에서그의 삶은 희비극에 가까웠다. 그 희비극은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
이제 스스로 포기하고 추락한 자‘의 마지막 순간으로 향할 때다.
- P272

그런데도 모차르트 이펙트가 열풍을 일으킨 데는 이유가 있다. 모차르트 자신이 도무지 믿기 어려운 기록을 두루 보유한 불세출의 신동이었기 때문이다. 세 살 반 무렵부터 연주를 시작하고, 다섯 살이되기도 전에 작곡했으며, 여덟 살에 교향곡을 쓴 천재의 신기神技를배웠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숨어 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과학과 합리성을 가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복신앙과도 흡사한 염원이 담겨 있다. 어쩌면 모자르트 이펙트는 냉철한 분석보다는 맹목적 믿음의 대상에 가까울지 모른다.
- P311

숨가쁘게 쫓아온 모차르트의 생애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그는
‘타고난 천재 보다는 ‘만들어진 천재‘에 가깝다. 그를 천재로 만든건 우선 아버지 레오폴트였고 그다음엔 ‘18세기 유럽‘이라는 드넓은 세상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평생 타고난재주로만 먹고사는 사람은 없다. 천하의 모차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모차르트의 원천 기술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아니라 오히려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흡수력과 학습 능력에 있었다.
- P314

19세기에 낭만주의적인 모차르트가 있었고 20세기에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가 있었던 것처럼,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그들만의 모차르트가존재할 것이다. 우리 후손들과 미래의 모자르트‘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고 유쾌하지 않은가. 빈의 공원 벤치에앉을 때마다 슬그머니 미소 짓는 이유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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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4-26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모차르트 ^^
정말 한 번 꼭 읽어 보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1-04-27 21:40   좋아요 0 | URL
쉬운 글이고 사진이 굉장히 많아서 책장이 잘 넘어가요. 시간 나실 때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유튜브 틀어서 음악도 같이 들으면서 읽었어요. 모차르트 음악이 더 좋아지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