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일러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백과사전은 안이 비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P39

시위행진에 참여했을 때의 꿈을 꾸는 덕분에 그는 매일 아침 병동에서 눈을 뜰 때마다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아직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 P98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세상에서는 그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하는 사람인지도." 그가 썩은 이를 입술로 빨 때처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랬는데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는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P107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써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도망지고 싶다는 생각을 금하는 것,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생각까지도 금하는 것은 곧 인간성을 죽이는 일이었다.
- P185

그를 망가뜨린 것은 스펜서가 아니었다. 2호실에서 잠들어 있는 새로운 적이나 감독관도 아니었다. 그가 싸움을 그만두었다는 점이문제였다.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조심스레 행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자신이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니클에 한 방 먹인 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들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
- P196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 P209

고통을 견디는 능력, 엘우드를 포함해서 니클의 아이들은 모두 이능력과 함께 살아갔다. 이 능력 속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꿈을꾸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의 삶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은 스러졌을 것이다. 구타, 강간, 그들 시이에서 가차 없이 벌어지는 적자생존, 그들은 견뎠다. 히지만 그들을 망기뜨린 자들을 사랑하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당신들의 물리력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엘우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 P216

백인들이 흑인을 짓밟는 데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되돌아왔다. 아주 작은 일들이 계기가 되었다. 이를테면 택시를 잡으려고 길에 서 있을 때같은 것. 일상적으로 당하는 굴욕을 그녀는 5분 뒤면 잊어버렸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큰 일들도 계기가 되었다. 백인들이 기울인 그 엄청난 노력 때문에 불빛이 꺼지고 황폐해진 동네를 차를 몰고 지나가는 일, 아니면 어떤 소년이 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어. 언제나 그랬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모른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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