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과 관련된 매개체인데 주로 빛이나 색 같은 시각적인 정보를 이용한다. ‘봄은 봄을 본다‘는 알 듯 말 듯한 시각적 지각 외에도 바람, 소리, 향기, 질감 등 ‘만짐은 만짐을 만짐이다‘라는말처럼 다양한 감각으로 확장하여 공간에 장소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도시 건축적 작업이 건축현상학이다.  - P81

오래된 역사의 한 부분인 로마 시대 유적지 위에 현대 건축 양식의박물관을 지으면서 내부 바닥은 유적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그 위에지그재그 형태의 동선을 넣고 외부에서 벽돌 벽의 틈새로 빛을 비춰서 마치 유적지를 탐사하는 듯한 분위기를 극대화하여 도시 역사를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 P102

건축에서 현상학적 공간을 만드는 매체로는 단연코 빛이 최고다. 밝음과 어두움을 이용하여 극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현상학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것이 현대 건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축 재료인 유리 그리고 자연에서 가져온 수공간이다. 유리와 물의 특징을 이용해 공간을 투명하게 만들고 주변 환경을 비추고 굴절시키고 반사시켜서 기존의 관념을깨는 뒤집힌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들의 작품을 대하면 저절로 그들이 창조한 공간에 빠져들게 된다.  - P106

서울 도심부는 서울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는 장소로 그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그런 다양성이 시간의 총체성을 나타내듯이 한 공간에 압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공간을 지나는 사람들은 현대사회를 살지만 건축물들이 보여주는 시간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다.  - P134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의 건축적 가치는 충분하다. 자세히 보면외부 공간 절반을 그대로 비운 것이 아니다. 오른쪽 건물은 뮤직라이브러리라는 기능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왼쪽의 비워진공간과 지붕 프레임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 결과 왼쪽 광장은 바닥,
벽, 지붕의 형태는 있으나 가운데 공간은 비워진 박스 형태가 된다.
이것이 ‘관통‘이라는 현대 건축 개념이다. 이태원과 한강으로 나누어 한쪽만 사용하던 기존 공간에 도넛처럼 구멍을 뚫어서 양쪽 공간이 하나로 엮이는 새로운 위상학적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태원에서 한강 쪽을 보고 숨을 쉬게 되었다.
- P154

무주의 종합운동장은 건축가 정기용의 애정이 담긴 프로젝트이다. 종합운동장의 햇빛 아래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관람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등나무를 심어 그늘막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고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무주 종합운동장 같은 그늘막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건축가가 어떻게 사회를바라보고 고민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되는 프로젝트이다.  - P163

생물학을 통한 디자인 방법론은 생체의 형태와 기능 등을 모방하여건축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법이다. 재닌 베뉴스 Janine Benyus는 자연에대해 배우기보다는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바이오미미크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정복 대상에 불과했던 자연은 이제 스승이 된다.  - P192

현대 건축은 기존의 건축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기하학적 형태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시각적인 지각을 하여 형태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체험 공간이다. 한번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곳이다.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인 강제로 움직여야 하는강제동선, 거대한 장벽 같은 벽체, 콘크리트 같은 인공 재료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새 시대의 건축가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섬세하게 파악하여 각자의 디자인 방법을 동원해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라 더욱 관심이 간다.
- P194

근대 건축에서 돔-이노 구조의 특징인 바다 슬래브와 기둥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면 현대 건축은 그마저 사라지게 하고 싶어 한다. 바닥과 기둥 그리고 천장의 상호의존성이 있어야 하는 건축구조와 공간을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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