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보면 ‘미아‘로 산다는 게 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또 특정 지역의 문화, 언어, 내지 세대 간 격차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그문드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후기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특징을 ‘액체 근대‘라는 말로 요약했습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의 풍경은, 대중의 새로운 가난과 개개인의 고독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액체근대‘란 모든 것이 흐르는 물처럼 너무나 빨리 바뀌어 어떤 장기적 ‘관계 맺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습니다.  - P8

 카리스마적 ‘지도자‘라는 것 자체가 제정신으로 살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죠.
해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권력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되도록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해야 합니다. 조직은 항상적인 감시와 견제속에서 그저 심부름꾼으로서 일을 맡아보는 사람에 의해 굴러가야 하는 것이죠. 체제 내의 권력이든 반체제적 권력이든 권력그 자체가 악입니다. 어떨 때엔 필요악일지 몰라도 어쨌든 악은악이죠. 권력이라는 독에 사람을 되도록 노출시키지 말아야 인권 수호가 가능해지고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혁명을 지향하는 조직체라면 더욱더 탈(脫)권력화되어야죠. 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무권력적, 무계급적 사회를만들어내는 일이니까요..
- P19

거기에다가 여성에게는 각종 역차별 정책이 시행됩니다. 여성이면, 예컨대 학교에서 교수 임용 경쟁 시에 가산점이 붙습니다. 당연히 가사노동이나 육아 노동 부담으로 남성 경쟁자와 논문 편수에서 차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이를 가산점으로 커버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교수 임용 시에 여성을 위한 역차별 정책을시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 P62

인종 차별을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 방지법은 노르웨이 등과는 달리 대한민국에는 아직 없습니다. 사회 통합의 과제 자체가 지난한 데다가, 여도 아도 그 방향으로 경주하는 노력은 아직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는 제가 한국의 장기적 미래에 대해 크게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종을 초월한 사회 통합 없이는그 어느 사회도 궁극적으로 미래가 없으니까요.
- P68

인간을 생활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식주와 잠그리고 섹스입니다. 각 사회의 성 풍속도는 해당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한국 사회의 ‘성‘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해 뭐라고 판단하게 될까요? 한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매우 억압적인 방식으로 고강도의 장시간 학습 노동에 적응합니다. 이는 자본에 유순한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죠. 이후 한국인들은 개인 시간도 별로 없이 자본에 종속되게 됩니다. 섹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인간이 아닌 기업 위주로 짜여 있는 사회에서 기업의 임금 노예에게 무슨 여유가 있을까요? 한국 사회는 유사 강간인 성 구매에 들일 금전적 여유는 있을 수 있어도, 정상적인 연애나 성생활을 유지할 만한 여유는 결단코 주지 않는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고 5만 달러가 된다고 해서 과연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악의 자살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P78

당연히 그들에게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의 허위성과 반사회성을 열심히 설득하고, 계급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연대‘를 외쳐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가난한 백인 에게도 그런 계급론적 설득이 쉽게 먹히지 않듯이, 국내에서도 절대 쉽지 않을것입니다. 국내의 ‘페니스 파시즘‘은 미국의 인종주의 만큼, 아니 그 이상 강고하니까요..
- P83

시중에 팔리는 자기계발서의 종류는 아마도 수천 개일지도모르지만 핵심 주장들은 카네기의 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너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라, 남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늘 친절하고 배려하는 척해라, 되도록 둥글게둥글게 원만한 관계로 관리해서 적절히 이용해라, 칭찬 등으로남의 환심을 잘 사서 나중에 이용해라, 이 정도입니다.
- P121

블라인드 채용이나 각종 지원서의 학벌 기재 금지 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울대는 일단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즉 제주대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에서 ‘제1호 대학‘이되고 서울대가 ‘제19호 대학‘이 된다면, 그리고 모든 국공립 대학에 대한 국가 지원에 하등의 차별이 없다면 오늘날과 같은 서울대 왕국을 해체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P150

코로나19의 ‘진실의 순간‘이 보여준 것은 질병에 대처하는각국의 행정력과 준비력 그리고 정치적 의지의 차이 뿐만이 아닙니다. 각국 내의 무서운 ‘사회적 격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 P217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가 1년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어떤 절차도 없이 빼앗는 것을 보면, 중국이 신장웨이우얼에서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집중기술교육배훈중심 훈련‘(법적 절차 없이 수용소에 입소시키고 강압적으로교화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거의 ‘온건 해 보일 지경입니다. 지금 중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이슬람 세계에서마저도 거의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의 비중이 훨씬 크니까요. 암살전에 이어수백만 명 단위의 강제수용소 수용도 정상화 되면 우리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 향할까요? 아우슈비츠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오늘날에 이루어지는 야만의 정상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231

"기후 위기는, 사실 부유한 나라들의 자본가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바다의 수면이 오른다 해도, 살인적 폭염이 잦아진다 해도 그들과 그 가족들이야 어차피 거기에 노출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환경 위기는 대체 에너지 등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돼 있습니다. 대자본이 진출하여 상당한 이윤을 볼 수 있는 부문입니다. 더불어 환경 참극은 수백, 수천만 명의 기후 난민들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이것도 구미권 등의 대자본 입장에서는 횡재입니다. 자국에서 비싼 인구 재생산 비용(아동 수당, 유지원과 학교 관련 사회적 비용 등)을 들이지 않고 이미 타지에서 성인이 다된 노동자 내지 기술자를 공짜로 데려다가 싼값에 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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