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몽페랑의 거리도, 장준환의 영화도, 그 레스토랑의 이름도, 그날 내가 먹었던 음식의 이름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 웨이트리스의 표정만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쓸 일은 없지만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피클‘이라는뜻의 불어 단어 하나. ‘코르니숑‘
- P20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도 좋아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건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려고 애쓰며 살기 때문이지, 이곳이 파라다이스는 아니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더 나쁜 도시들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더 험한 일을 하지 않고 밥벌이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만족하는 것도 뉴스에 등장하는 허다한 파렴치한, 사기꾼, 폭력배, 무뢰한들보다는 그들이 괜찮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도시, 나의 일, 내 주변 사람들모두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기쁜 일이다. 그러나 비중이 좀 줄었을 뿐,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는 일이 기쁘지 않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니 여행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과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다. - P79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여러 목적지를 입력해가며 혼자 놀기를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여긴 직항이 있는지 없는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지,
없으면 어디를 경유하는 게 가장 좋은지, 거리에 비해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