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더, 포르투갈에서 하지 않은 것이 있다. 나는 짬시간을활용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버스에서, 기차에서, 지하철에서, 그 정류장들에서 이동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도읽지 않았고 노래도 듣지 않았다. 가능한 한 머리를 비우면서, 도시의 소리들에 감각을 열어두고 싶었다. 심지어는 소음까지도.
- P17

 딴사람의 이름으로 쓰기, 아니 아예 딴사람이 되어 쓰기 - 이것은 페소아가 거의 평생에 걸쳐 습관적으로 혹은 강박적으로 지속한 일이다.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시공간으로부터 벗어나, 또 자아로부터도 유체 이탈‘ 하여, 과거 이력까지 정교하게 만들어낸 어느 타인의 관점을 취한 상태에서 시심을 발휘하는 행동, 그렇게 지어진 시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어디도 아닌 곳에 위치할수밖에 없고, 그 시의 시선은 온전히 캄푸스의 것도, 페소아의 것도,
시인이 아닌 실존 인물 시민 페소아의 것도 아니게 된다. 그렇게 복수의 시선들이 탄생하고, 그 시선들이 서로 어지러이 교차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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