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민족 영웅 중 한명인 로저 케이스먼트의 편지 중
자기가 사는 세계를 벗어나지 않고 내부에서만 바라볼 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한걸음 떨어져 외부에서 더 잘조이는 일들은 허다하다. 그것이 꼭 여행일 필요는 없지만 독서와 함께 여행은 나 자신을 또는 내가 사는 곳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해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물론 애초에 자신의 창을 벗어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뭘해도 다 소용없는 이야기지만.....
케이스먼트라고 하는 이 사람이 아일랜드인들의 운명과 민족운동에 눈뜨는 계기는 영국의 관리인으로 콩고에 파견되어 벨기에 국왕 레오폴의 사적 식민지하에 고통받던-고통받던이란 표현은 정말 터무니없이 약한 표현이지만 -콩고인들의 현실을 보면서였다고 한다. 콩고인의 삶에서 유럽인이 아니라 유럽 내 식민지인으로서의 아일랜드를 자각한 것.

때때로 나의 독서와 여행이 내 삶의 양식을 그리 크게 바꾸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나쁜 사람이 되지는 말자라는 것 정도로 괜찮은걸까? 지금 내가 벨기에를 여행한다면 식민지 콩고인들을 처참하게 죽여가며 수확한 고무로 떼돈을 벌고 그 돈으로 건설된 지금의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도시 모습에 감탄하고 다니는건 아닐까?
어떤 계기에서든지 자신의 삶의 지형을 과감하게 바꾸는 사람들의 용감함을 존경한다. 여행을 통해 전개되는 리베카 솔닛의 사색의 발길이 여전히 흥미롭고도 가슴 한쪽을 찌르는 힘이 있다.



한 때 자이르라고 불리었던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은 벨기에 국왕이었던 레어폴의 개인 식민지였다. 이것에서 그들은 원주민이 당일 고무 채취 할당량을 못채우면 손목을 잘랐고 두 손목이 없으면 그 앞에서 자식의 손목을 잘랐다. 심지어 어린 신생아를 축구공으로 사용했다는 증언까지 있다.

나는 오랜 세월 아일랜드를 멀리 떠나 있었습니다. 내 심장, 내 머리를 고향으로 삼은 모든 감정, 모든 생각으로부터 단절된 채 그저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내가 새 의무를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내 모습은 영국인이라는 이상에 확실하게 가까워져갔습니다. ] 나는 제국주의자였습니다. 대영제국의 영토를 어떻게든 확장해야 한다. 대영제국의 통치가 세상 만민에게 최선이다.
반대 세력을 쳐부수는 것‘이 정의다,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렇게제국주의의 징고(Imperialist Jingo)가 되어갔습니다. [……] 하지만 결국은 전쟁이 나에게 양심의 가책을 안겨주었습니다. 그곳콩고 밀림에서 레오폴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구제 불능의 아일랜드인이라는 나 자신의 정체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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