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 없는 여행기라니 하다가 초판 작가 서문의 ˝여행은 마음의 발걸음이기도해서,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이 여행에서 내 마음의 발걸음도 한번 따라가보고 싶었다˝라는 구절을 되짚어본다.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을 연결점으로 한 작가 내면의 사색과 생각의 행로를 그리는 에세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훌륭한 문장과 생각들이 너무 자주 등장하고, 내가 가보지않아 모르고 역사도 잘 모르는 곳이라 인터넷 검색을 끊임없이 하게 하는 책이라 진도는 더디다. 하지만 그 시간이 또 작가의 말을 한번 더 곱씹게 하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나는 모르몬교 신도들도 좋아한다. 미국의 서부 이민자들 중에 북쪽 사막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밖에 없다. 아니, 미국의 서부에 정말로 정착한 사람들은 그들밖에 없다. 그곳은 새로운 약속의 땅이라는것, 그곳에 온 자신들은 노예의 사슬을 끊고 탈출한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것이 그들의 판타지였던 만큼, 그들의 유타는 1846년 이래 오랫동안 구약의 세계, 옛 세계의 합판을 덧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서부로 온 백인들 중에서 그곳에정착해 그곳을 고향으로 만든 사람들은 그들뿐이었다.
- P19

산에 오르는 건 산 밑을 내려다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1년 동안 집을 떠나 멀리까지 돌아다닌 적이 있다. 여행이몸의 위치뿐 아니라 기억의 위치, 상상의 위치를 바꾸어놓는다.
는 것, 처음 가본 곳들, 몰랐던 곳들이 주로 망각 속에 묻혀 있는 묘한 연상들과 욕망들을 끄집어내준다는 것, 그러니 여행자가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은 마음의 길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실감했다. 여행은 내가 나라고 생각지 않았던 나를 발견할 기회가 되어준다. 나의 무너지는 정체성이 내가 가보고 싶은 땅으로이어지는 것이 여행이기에.
- P32

관광객들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침입자들이 미친 것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해도 어쨌든 문화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침입자들과마찬가지다. 관광지에 가는 공식적 이유는 이국적 문화, 상이한문화, 예전의 문화를 구경하는 것이지만, 관광지가 된 곳에서는새로운 경제가 출현하고 결국은 관광객 문화라는 림보가 만들어진다. 관광객이 보러 오는 곳이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된다. 관광 사회학자 딘 맥캐널(Dean McCannell)은 제3세계관광산업의 산물인 호텔 리조트 단지를 준군사적 점령지(글자6그대로의 침입)에 비유하기도 했다.
- P47

 관광산업이 현지의 문화와 역사를 관광객의 입맛에 맞도록 각색해서 공연하는 연극이라면, 이미 거대하고 점점 더 거대해지는 관광산업은 전 세계를 일련의 연극 무대로 바꾸어놓을 위험이 있다. 관광객의 손은미다스의 손과 정반대라서, 관광객이 찾아다니는 것은 진정성과 이질성이지만, 관광객의 손이 닿은 것은 진정성을 잃고 동질화된다.
- P48

크롬웰 이후에 아일랜드로 건너온 조부모를 둔 그(조나단 스위프트)가 영국인인가 아니면 아일랜드인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결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확연한 사실이라기보다는 욕망과 정치다. 영국인과 아일랜드인 둘 다였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대답일 듯하다. 나고 자란 곳은 아일랜드였고, 청년기를 보낸 곳은 영국의 문학적, 정치적 동인사회였고, 인생 후반기를 보낸 곳은 고향 아일랜드였다. 어느나라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안락과 양심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던 그는 어느 나라에 있든 다른 나라 사람 같은 데가 있었던 것 같다.
- P56

유머는 식인을 아일랜드의 빈곤에 대한 합리적 해법으로 제시함으로써 기득권 세력의 착취 방식들이 본질적으로 식인과 다르지 않음을 까발리는데 있다. 유머를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기성 질서의 수혜자들이었고, 유머는 언제나 그 간극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들의 놀이이자 연장이자 무기였다. 더블린에서 바라본 세상은 비극적, 영웅적, 감상적일 때가 많았지만, 뼈 아프게 웃긴 경우도 있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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