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뭐, 그만둘 만한 가벼운 직장을 그래서 택한 거니까.
"전전 직장은 그만두기 전에 불성실하다고 잘려버렸고말이지. 직업윤리 없는 사람은 다른 윤리도 엉망이야. 진짜라니까?"
"음, 아시아인들이 지나치게 성실한 편이니까 그걸 감안하면 지구 평균은 되지 싶은데…… 진득하게 하고 싶은 분야를 찾으면 달라지겠지."
- P18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처절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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