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축제는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끝이 났고, 모든 전투는 이 노래와 함께 시작되었다. 주마프와 네르빈덴의 결전에서도 연대들은 이 노래를 불렀다.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방법이라고는 나누어주던 술의 양을 두 배로 늘리는 것밖에 모르는 적의 장군들은 이 무시무시한 노래의 폭발적인 위력에 어쩔줄 몰라 했다. 이 노래가 수천의 병사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와 철썩이는 파도처럼 자기들 진영을 향해 몰려들 때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의 모든 전선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죽어가던 그 전쟁터에서 〈라 마르세예즈)는 날개를 단 승리의여신처럼 하늘에 떠돌았다.
- P138

오직 역사만이만들어낼 수 있는 참으로 기막힌 역설이지만, 이 혁명 찬가의 지은이는 이제 혁명 동참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혁명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저 불멸의 노래를 지어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혁명을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었던 그 사람이 이제 온 힘을 다해 혁명을 가라앉히고 싶어했다.
- P139

인간의 삶에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이런 위대한 순간은, 잘못불려나와 그 운명의 순간을 장악하지 못한 인간에게는 모질게 복수하는 법이다. 조심성, 복종, 노력, 신중함 같은 소시민적인 미덕들은 저 위대한 순간의 불길 속에 아무런 힘도 없이 녹아내리고만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에게는 또 불멸의 모범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지만 유순한자에게는 그렇지 못하다.오히려 경멸하며 밀쳐버린다. - P164

현재 암스테르담, 모스크바, 나폴리, 리스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파리에서도 알 수 있게 된 이후로 세계는 정말로 변화해버렸다. 이제 최후의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되었다. 그러면 지구상의 서로 다른 부분들은 저 거대한 연결망에 뒤엉키게 되고, 전인류의 공통된 의식이 생겨날 참이었다.
- P518

하나의 기적이 혹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이기적을 믿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굽히지 않는 용기야말로 학자들의 망설임에 창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 P220

그러나 새로 시작된 20세기는 초조하게 손길을 뻗쳤다. 실험실에서 새로운 무기들을 다듬고, 위험에 맞설 새로운 갑옷을 고안해냈다. 자연의 온갖 저항은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더욱부채질했다. 새로운 세기는 모든 진실을 알고자 했으며, 이미 처음 10년 동안에 그 이전 수천 년 세월이 도달하지 못한 것을 넘어설 참이었다. 개인의 용기에 국민 간의 경쟁심이 합류했다. 단순히 남극 자체만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에 맨 먼저휘날리게 될 국기의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 P299

영국인들의 경우 천재성조차 의무를 이행하는 형태로 등장한다. 이런 스콧 같은 부류의 사람은 영국 역사에서 이미 수없이등장했다. 그런 사람이 원주민을 정복하고 이름 없는 섬들을 정복하고,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고 세계에 대항해 전쟁을 해냈다.
언제나 강철 같은 에너지와 동일한 집단의식 그리고 똑같이 냉정하고 감정을 억누른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 P300

3월 29일, 그들은 어떠한 기적도 자신들을 구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불운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보다는 다른 모든 불행을 견뎌냈듯이 이제 죽음을 견뎌내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각자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갔고, 그들의 마지막 고통은 바깥세상으로한숨 한 번 새어나오지 않았다.
- P317

인터내셔널가가 울려 퍼졌다. 이제 이 사람, 블라디미르 일리치울리야노프가 밖으로 나왔다. 그제만 해도 구두 수선공의 집에 은둔해 있던 이 남자는 수백의 손으로 들어올려져 장갑차 위에 세워졌다. 그 장갑차 위에서 그는 군중을 향해 최초의 연설을 시작했다. 거리는 진동했다. 곧이어 ‘세계를 경악하게 한 열흘‘이 시작되었다. 탄환이 날아가 한 나라, 한 세계를 날려버린 것이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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