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우는 경기장으로 걸어 나가면서 에밀 누군가의 말을 생각했다.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라고? 폭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갇힌 사람에게 밖으로부터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에밀 누군가 하는 자식은 분명히 잘 모르고 있다. 사방이 폭력일 때, 도망갈 수 없을 때, 그게 아버지일 때, 차라리 안에서 생기는 폭력을 즐기게 된다.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몸속에서 터뜨려버리면 된다. 그러면 그게 에너지가 될 때도 있다. 에밀 누군가 그 자식도 무슨 사연이 있겠지.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거겠지 - P64

"굳이 종교를 만들어서 교리를 만들고, 리더가 되고, 나를 따르라고 소리 지르고, 그렇게 귀찮은 일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잖아."
"공상우, 너 은근 논리적이네. 책 많이 읽어?"
"아니, 책은 안 읽는데?"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 사이비 종교들은 여자들을성 노예로 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많아. 자신의 아이를 잉태하면 신의 자궁 역할을 하게 되는 거라고 수작을 부리지만, 그냥 교주들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드는 거지. 저 영상을 봐, 그런 기운이 하나도 없잖아.
나하고 같이 가보자."
"마찬가지면 어떻게 해? 저 여자가 사이비 종교의교주이고, 네 말대로 성 노예를 원하는 거라면 나 같은 남자가 필요하겠지."
- P94

민시아는 삶이 즐거울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공상우는 새로운 자극을 온몸으로받아들였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웃어보았다. 민시아를 만나면 먼저 꽉 껴안았다. "팔이 너무 길어서 포옹이 아니라 감금 같아. 내 몸 두 바퀴 감아봐" 라는시아의 농담에도 크게 웃었다. - P118

"세상에 괜히는 없어. 모든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렇게 된 거지."
"그러면 애초에 세상은 이렇게 되려고 다 그렇게 된거고, 우리도 다 이렇게 되려고 그렇게 된 거네?"
"가끔 보면 너는 도인 같은 말만 하더라."
"도인이 아니라 후회하는 걸 싫어해서 그래."
"후회하는 게 왜 싫어?"
"후회하면 반성해야 하잖아. 반성하는 게 세상에서제일 싫어."
- P119

초클에 둘러앉아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헛웃음이 났다. 이런 바보들! 머저리들! 초인간은커녕 초바보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시대의 시인들 같았고,
시속 2백 킬로미터의 시대에서 슬로비디오로 살고 있는 나무늘보 같았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갑옷을 두르고 사는 사람들 사이를 발가벗고 다니는 부랑자들 같았고, 왕따들이고, 소외자들이고, 멍청한 인간들이며, 매번 당하고 사는 피해자들이며, 상처받고도 복수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들이며,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어서 초능력자들 같았고, 세상 누구도 정식 종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스포츠의 유일한 선수들이자 세계신기록 보유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42

를 데려와서는 겨우 한다는 소리가 과자를 주면은 코
"난 동물원이란 데가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거기서 심지어 살육이 이뤄지고 있다니."
"그래도 동물원이 있었으니까 우리가 코끼리도 봤지."
"그렇게 봐서 뭐해, 서로서로 보지 않는 사이가 좋을 수도 있지, 텔레비전 뒀다 뭐해, 그렇게 만나면 되는 거지. 둘이서 제대로 만나려면 코끼리도 우릴 볼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우리 좋자고 그 먼 데서 코끼리로 받지요‘ 이러고 있냐고."
- P202

"나도 너 좋아해. 근데 큼지막한 비밀은 아냐, 좋아하는 건 비밀이 될 수 없어. 그런 건 감출 수 있는 게아니니까,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 비밀이 될 수 없어. 이야기는 비밀이 될 수 있지만 감정은 비밀이 될 수 없어. 말해줘서 고마워. 네 감정을 알았으니까, 앞으로는 그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할게, 자연스럽게 시간을 흘려보내자. 지금 나는 상우가너무 좋고, 함께 있는 순간이 적어서 아쉬워. 그렇지만 친구들이랑 다 같이 있는 시간도 좋고, 그냥 자연스러운 상태로 지금의 나를 흘려보내고 싶어, 나 지금말 너무 많이 하고 있지?"
- P205

할수 있는걸 하는 사람도 있겠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하는 사람도 있어, 불가능한데도 성공하는 사람도 있어. 할 수없는 일인데도 그걸 다 알고, 그냥 실패를 선택하는사람도 있어. 성공할지 말지 모른 채 그냥 해보는 사람도 있고, 꼭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고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우린 같이 있으니까 성공이란 게 어떤건지도 모르면서 해보는 거야. 실패해봤자 작은 실패니까, 커다랗고 화려하게 수익 만 퍼센트 보장해주는성공 같은 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기념사진 씨는 것처럼, 다 웃으면서, 우리 전부가 함께 들어있는 사진 한 장쯤 있으면 좋겠네,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 그래서 난 내 친구들이 멋지다고 생각해."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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