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사람에겐 친절하지 않다는 게 이상 - P115

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조각한다. 조각하다가 아예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폭력에서살아남은 사람은 폭력의 기미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얻은 감지력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도 있고 절망해 방치해버리는사람도 있어서 한 가지 결로 말할 수는 없다. - P126

한빛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규림은 자신의 해명이 힘도 없고중요하지도 않음을 이해했다. 화수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죽은 남자가 사촌 큰누나에게 염산을 던졌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할 때의 역겨움을 온 가족이 똑똑히 이해할 수밖에없었고 규림 자신은 도저히 같은 짓을 할 수 없었다. 가해와 피해의 스펙트럼에서 스스로가 가해에 더 가까웠음을 인정해야 했다. - P173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실행이었다.
- P178

우리가 이천 년 가깝게 사랑해온 땅들은 플랜테이션 농장이 되었어요. 백인 선교사의 자식들이 그 농장을 차지했습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대거 바다를 건너왔고요. 농장주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합병을 한 겁니다. 아무것도 우리가 원한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가 희석되는 걸 막기 위해 지극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말이 살아나고 훌라가 살아났지만 갈 길이 멀어요. 우리를 그저 관광상품으로 대상화하면 안됩니다. - P213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 P288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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