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TV를 돌리는데 6.25 70주년 기념식을 방영중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기념식이 오전이 아니라 저녁방영이다.
평화를 얘기하는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육해공군의 군가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서 6.25 기념노래가 불리워진다.
요즘 아이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내 세대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로 시작하는 바로 그 노래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기념사와 적개심에 가득차서 마지막 원수의 하나까지 모두 쳐부수고야 말겠다는 노래는 이율배반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6.25기념일 그 자체다.
워낙에 오래된 기념일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지나가지만 한번만 생각해보자.
전쟁이 시작된 날이 중요할까? 아니면 전쟁이 끝난 날이 중요할까?(여기서 한국 전쟁이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라는 사실은 잠시 제쳐두자.)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시작된 날을 기념할까?
유럽의 주요 기념일 중에는 2차세계대전 종전일이 있다. 전쟁이 끝난 것을 기념하고 다시 이런 전쟁이 되풀이되지 말아야함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전쟁이 끝난 날, 휴전협정이 조인된 날을 기억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북한의 존재가 독재권력의 존재 이유가 되었기에, 기존의 독재자들은 당연히 6월 25일을 우려먹고 또 우려먹었다. 지금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이 저 북쪽에 있으니 잊지 말자고.... 진정한 평화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지 70년, 끝난지 67년. 한 세대가 거의 물러가고 독재정권이 사라진 이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이 6월 25일을 기념하고 증오에 가득찬 노래를 부른다.
전쟁이라는 집단트라우마는 참으로 질기고도 질기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얘기를 해보아도 되지 않을까?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끝을, 전쟁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무엇을 기념해야 하는지말이다.
대부분 관심이 없지만 한국전쟁의 휴전일은 7월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