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2권의 고고학 관련 책을 연달아 읽게됐다.

알려진것만 30여종의 인류가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는지 묻는 제목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책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사실 이런 제목의 책 치고 네이밍센스만큼 책 내용이 따라주는적이 없었던지라 별 기대 없이 잡은 책이다. 앗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즐거운 책이다. 읽는 내내 오오오 하면서 읽은 부분이 꽤 많다.

흑요석은 구석기 시대의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다.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첨단 재료였지만 이것의 생산지가 한정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연구성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발굴되는 흑요석의 원산지는 백두산이며,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흑요석 뗀석기의 원산지는 일본 규슈란다.
백두산에서 한반도를 지나 일본 규슈까지 연결되는 구석기시대의 흑요석루트라니....
흑요석을 구하기 위해 이동하는 구석기인들을 상상하는건 너무 힘든데 고고학은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먹도끼라는 유물 하나가 어떻게 인종차별적 논리의 근거로 이용되는지,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된 주먹도끼가 어떻게 서구의 제국주의적 인종 차별 논리를 깨는지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재밌는건 역시 제목에 있는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는지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대목인데 그 논리가 상당히 재밌다. 유발 하라라가 <사피엔스>에서 같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면서 공동페를 이루는 힘을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얘기했던것같은데 이 책에서는 고고학 유물의 입장에서 아주 사소한 작은 유물 하나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설명하는데 나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 유물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을 직접 읽을 분들을 위해서 남겨놓기로 한다.

인류가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인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두개골만으로 직립보행을 했는지 안했는지 판별할 수 있는 방법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구석기 시대의 예술 등등등

쉽게 써졌지만 고고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능숙하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제목때문에 그저 청소년용 교양서가 아닌가 의심하실 분들을 위해 한마디 한다면, 고고학이나 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강력추천한다.

다음으로 잡은 책은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앞의 책과는 약간 다른 방향에서 고고학을 얘기한다. 저자가 시베리아쪽 발굴에 참여한 경험이 많았던듯 다양한 발굴경험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시베리아쪽의 문화를 비교하며 고고학을 좀 더 폭넓게 소개하고자하는 노력이 보인다.

각 지역별로 죽음을 생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각 유물에 나타나는지, 인류에게 중요했던 불, 술, 음악, 음식 등등의 흔적을 어떻게 고고학이 쫓아가는지를 얘기한다.
또 책 후반에서는 고고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발달과 유물들의 현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듯하여 독자가 도대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헷갈린다는거다. 독자는 고고학자가 아니고, 또 저자가 고고학자를 꿈꾸는 소수를 위한 입문서로 이 책을 쓴게 아니라면 전달하고자 하는 범위를 좀 더 좁게 명확히 해서 썼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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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6-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치 못한 분야였는데 흥미롭네요 바람돌이님 리뷰를 읽고 오른손 잡이가 왜 많아졌는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돌이 2020-06-23 10:56   좋아요 1 | URL
저도 한번도 딱히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아하 싶더라구요. 도구를 사용하는 쪽의 뇌와 관련된다네요. 나머지는 책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