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부 - 산수보다 아름다움 필묵의 세계 - 19세기의 산수화
1. 산수를 벗어난 산수화 - 19세기의 산수화는 산수경치를 그린 것이기에 앞서 옛 대가의 글씨체나 화풍의 필묵법에 대한 학습과 운용으로 만들어진 조형세계였고, 18세기를 거쳐서야 등장할 수 있었던 다음단계의 회화세계였다. 즉 산수라는 眞과 산수화라는 假(眞에서 빌린 것)를 동질적으로 보았던 관점에서, 산수라는 眞과 산수화라는 幻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 독립된 畵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었다.
19세기의 산수화가들은 산수를 빌리듯 옮겨 그려내거나 혹은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멋지게 그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화면 위에 필묵의 멋을 구현하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그들은 옛 회화의 필묵법을 두루 정리하여 가리고 멋진 서예기법을 탐구하여 산수화면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2. 옛 대가의 뜻이 담긴 필묵법 - 19세기에 오면 중국의 남종 문인화의 회화양식이 대거 유행하게 되는데 이런 남종문인화로 그린다는 것은 그 기법을 따르는 것이며 동시에 존경할만한 옛 문인화가의 정신세계를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의미를 내표하고 있었다. 따라서 19세기의 화가(강세황, 신위같은 이들)들은 이런 남종문인화들을 베끼고 비슷하게 그리는 이른바 <방작>들을 양산하게 된다. 방작의 열성적인 생산과 감상은 그림에서 벗어나 옛 화가들의 기법에 대한 이해와 나름의 변화에 대한 고민으로, 그리고 응용된 필묵의 묘미를 감상하고 비교하는데로 빠져들었다.
3. 기운과 정신을 표현하는 필묵법 - 남종문인화풍이 시대양식으로 부상하면서 동시에 요구된 것이 그림속의 문인다운 기운, 이름하여 士氣, 書券氣 등이었다. 이런 풍토속에서 19세기 조선의 산수화들은 더욱 직접적인 문자의 형상미를 보여주려 하였다. 추사가 그린 산수화들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그의 산수화 대부분은 회화 작품이라고 하기 어려울만큼 서예적 필선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추사가 이인상 산수화의 산석 표현에 전서와 예서의 획이 사용된 것을 보고 이인상의 산수화에 문자기가 있다고 칭송한 이유의 추론이 가능하다.
또하나 19세기 산수화의 성격은 선종적 깨달음의 세계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문인들에게 이것은 완전한 선승의 경지였다기보다는 지극한 탈속의 정신적 분위기 혹은 무욕과 초탈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 강렬한 욕구에 가까웠다.
제 6부 세속의 소망이 담긴 산수 - 민화산수도
일반회화와 구별되는 민화라는 그림들의 특성은 세속적 바람과 쓰임을 반영하기 위한 기능적 회화이자 장식적 회화라는 점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체로 그려졌다. 원래 민화의 전통은 상류층의 풍습에서 시작된 기복의 풍습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문화현상이다. 따라서조선의 회화전통및 일상생활의 정서와 소망에 기반을 두고 변화와 창조가 이루어졌다. 특히 민화산수도는 다른 민화들에 비하여 조선 특유의 내용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다.(상류층의 산수화에서 애용되었던 주제들, 금강산도, 산수유람도, 소상팔경도등이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시도되고 있다.)